"칩플레이션, 28년 상반기까지…메모리 '큰손', AI 피지컬로 이동"
가우라브 굽타 가트너 VP 애널리스트 인터뷰 "메모리 부족 지속"
"삼성 파운드리, 실질적 2위로"…"전력·냉각 문제 최대 걸림돌"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메모리 가격 상승이 PC·스마트폰 등 가전 소비재의 가격 인상을 유발하는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이 최대 2028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지금은 AI 데이터센터·AI 팩토리 등 인프라 수요가 메모리 호황을 이끌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로봇·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 수요가 메모리 시장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가우라브 굽타 VP 애널리스트는 3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칩플레이션에 대해 "향후 1년 6개월(2027년 중반)에서 최대 2년(2028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칩플레이션은 소수 글로벌 빅테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물량을 싹쓸이하는 메모리 품귀에서 비롯된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하이퍼 불'(초강세장)에 진입한 반도체 산업에 대해 "당초 전망을 뛰어넘는 폭발적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면서 4년 앞당긴 올해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견했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2월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11.50달러)보다 13.04% 오른 13.00달러로 집계됐다. 종전 메모리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 최고가(8.19달러)보다도 58.7%, 전년 동기(1.35달러)와 비교하면 862.9%(9.6배) 폭등한 가격이다. 낸드플래시 고정거래 가격도 14개월 연속 상승, 지난달 12.67달러로 전월보다 33.91% 더 올랐다.
메모리 가격 폭등은 PC·노트북 등 가전 소비재 가격 인상을 유발한다. 실제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메모리 가격이 전년보다 130%(2.3배) 상승해 PC 가격은 평균 17.3%, 스마트폰 가격은 평균 13%씩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대급부로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4%, 스마트폰은 8.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데이터센터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들이 높은 메모리 가격을 감내하는 한, 가격 상승은 소비자 가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를 완화할 새로운 생산 능력이 단기간에 가동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칩플레이션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칩) 구매 속도를 늦추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경우뿐"이라고 부연했다.
글로벌 메모리 '빅3'(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는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CAPA)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수요는 실시간으로 커지는 반면, 메모리 생산라인 증설은 최소 1년에서 길게는 수년이 소요되는 탓에 메모리 품귀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수요를 빨아들이는 '큰손'은 중장기적으로 AI 인프라에서 피지컬 AI로 이동할 전망이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최소 내년 중반까지는 메모리 부족과 높은 가격이 지속될 것"이라며 "중기적으로는 AI 데이터센터와 AI 팩토리가 주요 수요처가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드론·로봇·자율주행차·자동화 물류창고 등 피지컬 AI가 새로운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등 주문형 반도체(ASIC) 비중이 커졌지만, 대부분의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여전히 엔비디아 AI 가속기(GPU)에 의존하고 있어 '엔비디아 주도권'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첨단 패키징 경쟁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시장 존재감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최근 ASIC 비중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AI 칩 시장의) 구조적 전환이라기보다는 보완적 흐름"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외부 상용 칩 의존도를 줄이고 IP(설계자산)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설계 투자를 지속하겠지만, 동시에 엔비디아·AMD 등의 칩도 계속 구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구글이 엔비디아·AMD의 상용 설루션과 랙 스케일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라며 "(구글 다음으로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들 수 있지만, AWS는 4세대 트레이니움 칩에서 엔비디아의 NV링크 퓨전과 통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나머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아직 상당히 뒤처져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첨단 패키징 경쟁에 대해선 "대만 TSMC가 압도적 시장 점유율과 선도적 위치를 확보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시장은 항상 '대안 공급처'를 원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삼성 파운드리 부문은 최근 수율이 개선되고 있다"며 "이는 삼성을 실질적인 (파운드리) 2위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AI 대호황의 잠재적 걸림돌로 △메모리 부족 △첨단 로직 웨이퍼 생산능력 △고급 패키징 역량 △전력 및 액체 냉각 인프라를 꼽았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제약 요인이 누적될 경우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수 있다"며 "동시에 신규 팹(fab) 증설 물량이 시장에 더해지면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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