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重, 'HVDC 국산화' 눈앞…11조 에너지고속도로 수주전 기선제압
"내년까지 525㎸·2GW HVDC 양극 시스템 개발"…29년 양산 로드맵
국내 첫 대용량·고전압 HVDC 기술 자립 '윤곽'…·해외시장 개척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효성중공업(298040)이 국내 최초로 2기가와트(GW)급 초고압직류송전(HVDC) 국산화 로드맵을 내놨다. 독자 기술인 200메가와트(㎿)급 단극(monopole) 전압형 HVDC를 양극(bipole) 방식으로 확장해 2GW급 전압형 HVDC 변압기 개발을 완료하고 2029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2GW는 글로벌 HVDC 표준 용량이자, 정부가 2030년 완공을 목표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의 핵심 단위다. 로드맵이 순항할 경우 효성중공업은 11조 원 규모의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수주전과 한국산 HVDC 해외 판로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쥐게 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전날(25일) 서울 마포 본사에서 진행한 'HVDC 에너지 고속도로 국산화 추진 현황 점검회'에서 내년까지 525킬로볼트(㎸)·2GW급 전압형 HVDC 양극 시스템을 개발하고, 2029년 변압기 양산을 시작해 2030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차 사업(새만금~서화성) 완공 시점에 맞춰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 525㎸·2GW급 전압형 HVDC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 이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은 지난해 8월 '500㎸급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기술개발' 국책과제를 발주, 국내 전력기기 4사(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일진전기)가 뛰어들었는데 효성중공업이 가장 먼저 국산화 실마리를 제시한 셈이다.
효성중공업이 불과 6개월 만에 기술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엔 '바이폴(양극) 시스템' 전략이 있다. 앞서 효성중공업은 2024년 국내 최초로 120㎸·200㎿급 전압형 HVDC를 독자 개발해 양주변전소에 설치했다. 당시 효성중공업은 HVDC 컨버터 용량을 1GW까지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1GW급 모노폴 HVDC 두 기를 연결하는 '바이폴 시스템'을 적용하면 단기간에 525㎸·2GW급 HVDC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효성중공업 측은 "모노폴을 바이폴로 확장할 경우 하드웨어의 변경 없이 디스패치(전력 분배)를 수행하는 바이폴 컨트롤러의 소프트웨어 변경만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며 "HVDC 신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어 시스템과 컨버터 밸브, 변압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년 중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효성중공업은 △제어 시스템 △컨버터 밸브 △단락기 3대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해 525㎸·2GW급 HVDC 기술을 구현할 방침이다. 현재 제어 시스템은 70%, 컨버터 밸브는 40%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컨버터 밸브에는 모듈형 멀티레벨 컨버터(MMC) 방식을 적용, 밸브 4개를 3층으로 쌓아 전압을 기존 120㎸에서 525㎸로 확장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이 2029년 525㎸·2GW급 HVDC 전압용 변압기 양산에 성공하면 11조 원 규모의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서 '수주 우위'는 물론 '수출 판로 개척'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력은 내년 본입찰이 예상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차 사업에서 에기평 국책과제(500㎸급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개발)에서 성과를 낸 업체에 수주 우선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은 총사업비만 11조 원으로 추산되는 메가톤급 인프라 프로젝트로 국내 전력 업계가 주목하는 '대어'(大漁)다.
한국형 HVDC 기술의 수출길이 열리는 점도 쾌거다. 글로벌 HVDC 시장은 2GW급 대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해외 3사(히타치에너지·GE버노바·지멘스에너지)가 독식 중이다. 인공지능(AI) 대호황으로 송전망 인프라 수요가 급증한 시점에 맞춰, 기존 과점 체제를 깨고 한국 기업이 '빅4'에 진입하게 된다.
효성중공업은 경남 창원공장에 3300억 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 전압형 HVDC 변압기 전용공장을 구축 중이다. 내년 7월 공장이 완공되면 효성중공업은 독자 기술로 시스템 설계부터 컨버터, 제어기, 변압기 등 핵심 기자재 생산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 'HVDC 토털 설루션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한국전력 측은 점검회에서 "HVDC 기술은 현재 공급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현재는 해외 업체에 발주해도 설치 시점이 2034년~2036년에나 가능한 상황"이라며 효성중공업의 국산화 로드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 구축되는 송전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구축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신속한 유지보수(A/S)와 계통 보안 측면에서도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성휘 서울대 전력연구소 교수는 "HVDC 기술은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라며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망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산화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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