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평지처럼"…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 착용해 보니[르포]

中 외골격 로봇 하이퍼쉘, 국내 본격 출시…2030세대 '정조준'
걸을 땐 은근히, 뛸 땐 강하게 밀어주는 로봇…"시장 1위 목표"

24일 브이디로보틱스가 출시한 아웃도어 퍼포먼스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을 착용하고 달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뉴스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로봇을 입은 기분이야!"

유명 등산 유튜버 '산속에 백만송희'(본명 백송희) 씨가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Hyper shell)을 착용하고 한라산을 등반하며 언급한 소감이다. 백 씨는 "하이퍼쉘을 접하고 기술적인 놀라움 이전에 하나의 희망처럼 느껴졌다"며 "(로봇이) 근력을 완전히 대신해 주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걷는 흐름에 맞춰 함께 걸어주는 느낌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로봇 스타트업 하이퍼쉘은 24일 국내 1위 서빙·청소 로봇기업 브이디로보틱스와 손잡고 아웃도어 퍼포먼스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X 시리즈' 4종(울트라·카본·프로·고)을 국내 출시했다. 하이퍼쉘은 중국 선전(심천) 기반의 글로벌 소비자용 외골격(웨어러블 로보틱스) 기업으로, 브이디로보틱스가 국내 독점 총판을 맡았다.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브이디로보틱스 '하이퍼쉘' 국내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직원이 야외활동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을 선보이고 있다. 하이퍼쉘은 AI기반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에 협응해 필요한 순간 파워를 증강, 제어하는 외골격 기기로, 사용자가 야외활동에서 더 빠르고 멀리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6.2.24 ⓒ 뉴스1 김민지 기자
뜀박질하자 발이 쭉쭉…내리막선 몸 잡아주는 로봇

하이퍼쉘은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을,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5'에서 모빌리티 부문 혁신상을 받은 인공지능(AI) 기반 야외활동용 외골격 로봇이다. 웨어러블 로봇을 허리부터 양 허벅지까지 감싸듯 착용하는 형태여서 '아이언맨 로봇'이란 별명을 얻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본체가 달린 밴드를 허리에 감고 양 허벅지에 로봇 구동기를 장착하면 준비가 끝난다. 전용 애플리케이션(하이퍼쉘 플러스)에 사용자의 성별과 키, 몸무게를 입력하면 적절한 규격 조정법을 알려준다. 스마트폰이나 애플워치를 통해 AI 모드와 강도를 실시간 조절할 수 있다. 내달 말에는 갤럭시워치에서도 앱을 사용할 수 있다.

하이퍼쉘은 9개 로봇 관절과 14개 센서가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실시간 보조한다. 평지 보행(에코 모드)로 걷자 로봇이 몸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다리를 살짝살짝 밀어줬다. 돌연 뜀박질을 하자 순간적으로 높아진 근력에 맞춰 강한 힘으로 다리를 보조한다. 고강도 보행(하이퍼 모드)으로 바꾸자 걸을 때마다 다리가 솟구치듯 쭉쭉 뻗어졌다.

오르막과 내리막 지형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에코 모드로 계단을 오르자, 적은 힘에도 로봇이 다리를 밀어주듯 성큼성큼 걸음이 나갔다. 반대로 계단을 내려올 때는 로봇이 다리를 지그시 잡아줘 관절 부담이 확 줄어드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앵거스 판 하이퍼쉘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신진대사 비용(기초대사량)에 맞춰서 사용자의 몸무게보다 기계가 제공하는 힘이 더 적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 포인트"라며 "인간 중심의 로봇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브이디로보틱스 '하이퍼쉘' 국내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직원이 야외활동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이 전시돼 있다. 하이퍼쉘은 AI기반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에 협응해 필요한 순간 파워를 증강, 제어하는 외골격 기기로, 사용자가 야외활동에서 더 빠르고 멀리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활동 목적에 맞춘 울트라, 카본, 프로, 고 등 4종으로 출시된다. 2026.2.24 ⓒ 뉴스1 김민지 기자
웨어러블 시장 19배 커져…韓 시장 경쟁 불붙는다

하이퍼쉘은 고령층·질환자·고위험 작업자 등을 타깃하는 타 웨어러블 로봇과 달리 '2030세대 운동족'을 공략하는 아웃도어 퍼포먼스 제품이다. 경쟁사 로봇의 출력이 400와트(W) 수준인 반면, 하이퍼쉘은 최대 2배 이상 강한 1000W(울트라 모델)로 설계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올해 35억2000만 달러(약 5조 원)에서 2034년 642억3000만 달러(약 93조 원)로 약 19배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3.7%에 달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와 함께 인간이 직접 로봇을 입는 시장도 덩달아 커지는 셈이다.

특히 얼리어답터(모험적 초기 구매자) 비율이 많고, 취미에 큰돈을 아끼지 않는 2030세대는 주요 고객층이다. 정원익 브이디로보틱스 부사장은 "한국은 국민 10명 중 6명이 운동을 하고, 특히 프리미엄 장비 구매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매우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이 글로벌 산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점도 다양한 기업이 진출하는 이유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로봇 밀도는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평균(162대)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 시장에서 먹히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브이티로보틱스는 하이퍼쉘을 필두로 국내 웨어러블 로봇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석권하겠다는 로드맵을 짰다. 향후 3년간 누적 판매 대수 1만 9750대, 누적 매출액 395억원을 제시했다. 정원익 부사장은 "향후 무릎 관절과 발목 관절에 특화된 후속 모델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