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명문화' 쏘아올린 大法…노사협상 '새 복병' 우려
대법 "SK하닉 성과급. 퇴직금 포함 안돼"…삼성전자와 달리 판단
"노조, 성과급 명문화 움직임 확산 가능성"…분쟁 대비하는 재계
- 최동현 기자,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한수현 기자 = 성과급(인센티브)의 퇴직금 반영 여부를 둘러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명문화 여부'를 핵심 판단 근거로 제시하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성과급의 지급 요건과 방식 등이 취업규칙 등에 명문화돼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리면서 향후 노사 협상에서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12일 SK하이닉스 퇴직자 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생산성 격려금(PI)과 이익분배금(PS) 등 경영성과급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따른 지급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경영성과급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에도 이를 반영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대법원은 영업이익에 연동된 성과급이 근로 제공의 직접적인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문제는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퇴직금 소송에선 "지급 규모가 사전에 확정된 '목표달성장려금(TAI)은 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퇴직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두 소송의 운명을 가른 것은 성과급의 '명문화' 여부였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사건에서 TAI가 사전에 확정된 지급 기준과 취업규칙 등 규범에 따라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돼 근로의 대가(임금)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성과급(PI·PS)은 취업규칙·단체협약·노동 관행 등에 명시돼 있지 않고, 지급 여부와 지급률이 매년 노사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같은 쟁점에 관해 대법원이 삼성전자 사건에서 판시된 법리적 판단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인센티브(경영성과급)가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느냐, 아니냐가 (임금성 판단의) 기준점이라는 것을 사법부가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로 새로운 '경영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동조합이 경영성과급을 취업규칙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미 삼성전자는 대법원판결 이후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지급하라는 후속 분쟁에 휘말렸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현 TAI를 평균임금으로 보고 퇴직금 차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적 검토를 마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노사 간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할 경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우리 산업 전반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기업마다 성과급에 대한 노사 합의나 규정이 제각각이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 재무 건전성 위축도 고민거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 원대로 전망된다. 성과급이 퇴직금에 포함될 경우,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낼수록 퇴직금도 많이 줘야 한다. 반대로 석유화학 등 업황 둔화로 실적이 부진한 기업 입장에선 가뜩이나 악화한 재무 건전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성과급의 임금성을 판단하는 법 규정이나 정책이 미비해 사회적 비용이 기업과 노동자에게 전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용노동부나 정치권에서 성과급의 임금성 여부를 명확히 정리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과책이 크다"며 "결국 기업이 혼란의 비용을 치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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