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공간에 장비설치"…삼성·SK하닉, HBM 캐파 확장 총력전

SK하닉, 올해 첫 TC본더 발주…청주 팹에 추가 증설
HBM 시장 3배로 커진다…삼성전자도 P4 공기 단축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메모리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새해 벽두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50조 원 규모였던 HBM 시장 규모가 2년 뒤 세 배로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증설 경쟁'이 불붙고 있다.

"자투리 공간도 아깝다" HBM 증설 총력전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에 HBM용 열압착장비(TC본더)를 동시 발주했다. 한미반도체는 96억 5000만 원 규모의 TC본더와 HBM 전용 검사장비, 한화세미텍은 TC본더를 각각 수주했다. 양사 모두 4월1일까지 인도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TC본더는 고온과 압력을 가해 D램을 웨이퍼 기판 위에 수직으로 적층하는 장비로, D램을 층층이 쌓는 HBM 제조 공정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주류 모델인 HBM3E(5세대)와 올 하반기 상용화를 앞둔 HBM4(6세대) 모두 제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들어 HBM용 TC본더를 신규 발주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한미반도체에 소규모 발주(16억 원)를 한 것을 제외하면, 대규모 TC본더 주문은 지난해 5월(한미반도체 428억 원·한화세미텍 385억 원)이 마지막이었다.

SK하이닉스가 발주한 TC본더는 청주공장 투입돼 이르면 다음 달 양산을 시작하는 HBM4 제조 공정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포화 상태인 청주공장 내 유휴지를 최적화해 TC본더 추가 설치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 News1

삼성전자도 비슷한 분위기다. 기존 팹(fab·반도체 생산시설)의 공간을 추가 확보해 장비를 꽉꽉 채우는 재구조화가 상시 진행 중이다. 특히 올 상반기 준공되는 평택 4공장(P4)이 가동되면 HBM 생산능력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공기(工期) 단축에 총력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웨이퍼 기준 월 17만 장 수준인 HBM 캐파(CAPA·생산능력)를 월 25만 장까지 약 47% 끌어올리겠다는 내부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캐파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공식화한 전략"이라고 했다.

"HBM 시장, 예상보다 더 커졌네"…캐파 전쟁 '불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하며 HBM 생산능력을 키우는 이유는 쏟아지는 시장 수요 때문이다. 인공지능(AI) 확산 여파로 전대미문의 '반도체 황금기'가 도래하면서 HBM 공급량이 많은 제조사가 시장 주도권을 잡는 '캐파 싸움'이 됐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회계연도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47조 원)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8년이 될 것"이라며 당초 2030년으로 예상했던 전망을 2년 단축했다. 지난해 35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였던 시장 규모가 3년 만에 세 배로 커진다는 계산이다.

또 다른 데이터 분석 기업 글로벌데이터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4년 439억 달러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2030년 154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9년 반도체 시장 규모를 1조 달러로 예측했다.

2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4공장(P4)으로 출근하는 근로자들 뒤로 현재 공사 중인 5공장(P5)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 News1 김영운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신규 증설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HBM, 범용 D램, 파운드리(위탁생산)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메가 팹 P5를 건설 중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클러스터에도 360조 원을 들여오는 2031년까지 총 6개의 팹을 완공할 계획이다. 때마침 용인 클러스터 조성 계획 승인 절차가 적법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청주 M15X 팹 공사를 마치고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600조 원을 투입해 팹 4기를 구축하는 용인 반도체 일반산단 클러스터 조성 공사도 순항 중이다. 나아가 2027년 말 완공을 목표로 충북 청주에 7번째 첨단 패키징 팹을 짓는 19조 원 규모의 증설 계획도 최근 공식화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