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떠오른 RGB TV…내년 CES '한중일 삼국지' 열린다

삼성·LG전자 나란히 '마이크로RGB TV' 선봬…틈새시장 노린다
한중일, 내년 美 CES에 RGB TV 전면배치…中 패널 독점은 '숙제'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RGB TV가 글로벌 TV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마이크로RGB)와 중국 하이센스(미니RGB)가 한발 먼저 신제품을 내놓자, LG전자도 마이크로RGB TV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일본 소니도 내년 RGB TV 출시를 예고하면서 '한중일 삼국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 이어 LG도 '마이크로RGB TV' 참전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마이크로RGB TV를 나란히 배치하기로 했다. LG전자는 'LG 마이크로RGB 에보' 3종(75·86·100인치)을 최초 공개하고, 삼성전자도 2026년형 마이크로RGB TV 6종(55·66·75·85·100형) 중 일부를 내세울 예정이다.

마이크로RGB는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TV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라인업이다. 중국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는 LCD TV(보급형)와 동일하게 백라이트를 광원으로 쓰지만, 적색(R)·녹색(G)·청색(B) 3개 LED 로컬 디밍(백라이트 구역)을 독립적으로 정밀 제어한다.

LCD TV는 백라이트 로컬 디밍을 얼마나 잘게 축소하느냐에 따라 명암비와 색 재현도가 달라진다. 보급형 LCD TV는 패널 뒷면 테두리에 에지형 혹은 직하형으로 백라이트를 부착한다. 이 백라이트를 미니(Mini) 크기로 줄여 촘촘하게 배열한 제품이 '미니LED TV'다. 중국 TCL 등이 주력으로 밀고 있다.

마이크로RGB TV는 한 차원 더 나아가 로컬 디밍을 '마이크로'(Micro) 크기로 더 작게 만들고, 백라이트 광원을 RGB 세 가지로 나눈 기술이다. 독립적으로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는 광원이 더 작고 다채로워진 만큼 보급형 LCD TV는 물론 미니LED TV보다 압도적인 색감과 밝기, 명암비를 자랑한다.

다만 비슷한 RGB TV여도 국가별 '기술력 차이'는 현격하다. 지난 9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중국 하이센스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RGB TV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소자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로 초미세한 반면 하이센스는 마이크로 LED 소자 크기가 100~500㎛로 품질이 떨어진다.

물론 마이크로RGB든 미니RGB든 한국 가전기업들이 주력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뛰어넘을 순 없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평가다. OLED TV는 백라이트 자체가 필요 없는 자체발광 유기 소재로 패널을 구성해 현존 최고 수준의 명암비와 색감을 구현한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RGB 마이크로 LED 패널을 쓰건, 미니LED 패널을 쓰건 결국 LCD"라며 " OLED는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당초 패널 소재 자체가 달라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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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소니도 RGB TV 가세…中 패널 독점은 '찝찝'

OLED TV 시장을 이미 장악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돌연 LCD 기반의 마이크로RGB TV를 꺼내든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는 '시장성'에서 답을 찾는다. RGB TV는 OLED TV보다는 성능이 조금 떨어지지만, 미니 LED TV보다는 우월한 만큼 가격대도 그 중간 지점에 형성될 전망이다.

프리미엄 TV를 구매하고 싶지만 OLED TV는 너무 비싸 망설이던 소비자를 겨냥해 만든 '절충점'이 마이크로RGB TV인 셈이다. 중국 업체들이 미니LED·미니RGB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에 대응해 마이크로RGB TV를 전면에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일본 소니도 지난 10월 자국과 캐나다에 '트루(True) RGB' 상표를 출원하고 내년 첫 RGB TV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정식 출시에 앞서 CES 2026에서 RGB TV를 공개한다면 한·중·일 3국이 모두 RGB TV를 전면에 내세우는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RGB TV의 '대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글로벌 TV 시장은 경기 둔화에 더해 스마트폰·태블릿 보급 확대와 OTT 대중화로 TV 시청 시간이 크게 줄며 수년째 정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들이 TV 구매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RGB TV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 TV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RGB TV의 핵심 기반인 LCD 패널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월 광저우 LCD 공장을 중국 TCL에 매각하며 대형 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업계 관계자는 "RGB TV가 주류로 자리 잡을 경우 한국과 일본 업체들 역시 중국산 패널에 의존해 TV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프리미엄 TV 시장의 가격 경쟁력 일부를 중국이 쥐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