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가대항전 뛰어든 李정부…K-반도체 '자본-규제' 족쇄 풀었다
정부, 반도체 금산분리 일부 완화하고 한국형 국부펀드 조성
'R&D 주52시간제 예외' 法 개정도 추진…업계 "가뭄에 단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정부가 한국형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K-반도체'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다. 당정도 국가의 직접 재정 지원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이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에 불이 붙자, 한국도 재정적·제도적 지원에 잔뜩 힘을 주며 국가대항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AI 황금기의 한복판에서 '자본-규제' 양대 병목에 시달려 온 국내 반도체 업계로서는 든든한 '뒷배'를 확보한 셈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에 한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리스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허용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형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내용의 '2026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먼저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특례 규정을 신설해 일반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회사)를 둘 때 적용되는 지분율 규제도 현행 '100%'에서 '50% 이상'으로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단 지방 투자와 연계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심사·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 등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국부펀드'를 내년 6월까지 설립하기로 했다. 국부펀드는 정부의 공기업 보유 지분 등 국유 재산이나 외환보유액, 재정 흑자를 굴려 국부를 미래 세대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 펀드다.
한국투자공사(KIC)가 현재 국부펀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위기대비용인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고 있어 고위험·고수익 투자엔 한계가 있고, 해외 투자만 가능하다. 반면 한국형 국부펀드는 국내 투자가 가능하다. 1300조 원 규모 국유 재산을 토대로 국내외 유망 기업 인수합병(M&A) 등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국부를 적극적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입법 지원'도 병행된다. 당정은 비수도권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 R&D 인력에 대한 52시간 근무제 예외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특별법 대신 국가첨단전략산업 등 개정을 통해 지방 반도체 R&D 인력에 대한 노동시간 제한을 풀겠다는 게 골자다.
반도체 업계에선 "가뭄에 봄비"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여태껏 보지 못했던 유례없는 투자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할 만큼 천문학적인 자본 부족과 규제 족쇄에 신음했던 국내 업계로선 숨통을 트게 됐다는 평가다.
600조 원을 들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팹(fab) 4기를 짓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는 특례를 활용해 금융리스업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금융리스업 자회사가 자금을 조달해 공장을 짓고 장비를 매입하면, SK하이닉스는 임차료를 주고 공장과 장비를 빌려 쓰는 방식이 거론된다.
60조 원을 투자해 경기 평택 5공장(P5)을 짓기 시작한 삼성전자(005930)도 수혜가 예상된다. 금융계 등에 따르면 10일 출범한 153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지원 대상에 삼성전자 P5를 포함, 최대 3조 원의 건설 자금을 저리 대출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당정이 논의 중인 비수도권 반도체 R&D 인력의 주52시간 근무제 예외가 현실화하면 K-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술력의 산실(産室)인 R&D 조직의 가동 여력이 확대되면, 반도체 주도권을 지탱하는 '기술 혁신' 모멘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가속기 '블랙웰'에 필적하는 컴퓨팅 시스템 '클라우드 매트릭스 384'를 개발한 점을 언급하면서 "중국 반도체가 '996 근무제'(오전 9시~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앞세워 기술 격차를 무섭게 좁히고 있다"며 "초격차를 위해선 비상한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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