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BM4 물량·단가 인상 예고…삼성·SK '특수' 더 커진다

젠슨 황 "데이터센터 내 루빈 비중, 블랙웰보다 커져" 램프업 시사
"원가부담 증가" HBM 가격 인상 가능성…'병목 현상' 대비하는 업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AFP=뉴스1 ⓒ AFP=뉴스1 ⓒ News1 허정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의 램프업을 예고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특수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루빈에 탑재될 6세대 HBM4를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납품 단가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실적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각) 3분기(8~10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구형 AI 가속기인)호퍼의 경우 데이터센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 정도였는데 최신 AI가속기인 블랙웰은 30% 내외다. 루빈은 그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루빈의 내년 하반기 출시 로드맵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향후 3년간 40만~60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추가 공급, 미국 AI기업 앤트로픽 신규 물량 수주 등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내년 하반기 루빈 상용화가 본격화하고, 기존 블랙웰·루빈의 2025~2026년 매출 목표인 5000억 달러를 초과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점쳐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황 CEO는 "루빈으로 넘어가면서 원가 부담이 증가하겠지만, 수익성을 유지하겠다"고 말해 HBM3E(5세대) 대비 HBM4의 단가 인상도 시사했다.

HBM4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내년도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통상 AI가속기 출시 6~7개월 전에 HBM 납품이 완료되는 일정을 고려하면, 엔비디아향 HBM4 물량이 늘어날수록 두 회사의 내년 상반기 실적 역시 뛸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공개된 SK하이닉스 HBM4 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실제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직후 동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대비 6% 넘게 오르며 10만 2900원을 터치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개장 직후 주가가 4% 이상 뛴 58만 8800원에 거래됐다.

KB증권은 이날 리포트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19% 상향한 주당 87만 원으로 높이면서 "SK하이닉스는 1995년 인터넷 확산기 이후 30년 만에 도래한 메모리 호황의 최대 수혜주", "내년 HBM 시장 점유율이 60~65%를 차지해 독점적 공급 지위 유지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공급망'에 올라탄 삼성전자도 HBM4를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3E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아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이었지만 HBM4 공급 물량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요구를 상회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해 제품을 개발했고, 샘플도 11Gbps 이상 성능과 저전력을 만족시킨다"며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남은 관건은 '물량'이다. 황 CEO는 "블랙웰 판매는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GPU는 이미 품절됐다", "추후 있을 에이전틱 AI를 위해 또 다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내년에도 '메모리 병목현상'(쇼티지)이 업계의 화두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장기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팹(fab·생산시설)을 경쟁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60조 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는 경기도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P5) 프로젝트 건설을 재개했다. P5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을 병행 생산하는 하이브리드형 '메가 팹' 역할을 맡는다. 가동 목표 시점은 2028년으로 시황에 따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1단지(P1~4)와 2단지(P5~6)를 합쳐 87만 평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이는 축구장 400개가 들어가는 크기로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세계 최대 규모다. P4는 총 4개 생산라인 중 3곳이 가동 중이거나 생산을 앞두고 있는데, 10나노급 6세대(1c) D램 등 최첨단 제품 양산을 담당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클러스터에도 360조 원을 들여오는 2031년까지 총 6개의 팹을 완공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 말까지 1기 팹을 착공해 2030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평택사업장 라인 확장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클러스터의 공사가 모두 완료되면 총 12개의 팹이 돌아가게 된다.

SK그룹도 SK하이닉스 팹 4기를 구축하는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 클러스터에 최대 600조 원을 투입하며 메모리 캐파(CAPA) 확대를 재촉하고 있다. 용인 팹 1기는 최근 완공한 청주 M15X 팹 6기와 맞먹는 규모로, 총 4기가 완공되면 HBM 생산 능력은 최소 24배로 커질 전망이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