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모으던 상무님, 지갑 두둑"…뛰는 주가에 삼성·SK 주식보상 '눈길'
자사주 산 임원, 열 달만에 5억 평가차익…삼성·SK 임원들 잇단 매수
자사주 받은 직원 자산도 '쑥'…'주식 보상제' 확산 마중물 될까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SK하이닉스 임원 A 씨는 지난달 27일 자사주 246주를 주당 52만 50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올해 1월 823주를 상여로 받으며 자사주 보유를 시작한 A 씨는 지난 4월 431주를 주당 18만 6000원에 사들인 뒤, 반년 만에 2차 추가 매수를 한 것이다.
A 씨의 현재 평가차익은 얼마나 될까. A 씨가 자사주 상여금을 받은 1월 24일 종가는 22만 1000원이었다. 이후 677주를 사들일 동안 SK하이닉스 주가는 61만 7000원(12일 종가)으로 올랐다. 단순 계산해도 10개월간 5억 원, 최근 8거래일간에만 2200만 원 넘는 평가차익을 낸 셈이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연일 고공 상승하면서, 상여금을 자사주로 받는 임직원의 자산 가치도 크게 늘고 있다. 자사주 보상제의 취지인 인재 보상과 성과 유인 수단 효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자로 임원급 40명에게 자사주 상여금을 지급했다. 개인당 적게는 10주에서 많게는 60주씩인데, 당일 종가(56만 8000원)로 환산하면 568만 원에서 3400만 원 상당씩 지급받은 셈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12일)까지 8.6% 더 올랐다.
SK하이닉스의 직전 자사주 상여금 지급 시점은 7월 24일로, 당시 종가는 26만 9000원이었다. 한 분기 만에 자사주의 가치가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물론 자사주는 약정된 성과급만큼만 지급되지만, 시계열로 보면 성과급을 현금(일시금) 대신 자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자산 가치가 훨씬 커진 셈이다.
삼성전자도 '10만 전자'(주당 10만 원)를 넘어서면서 임원들의 추매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B 상무는 지난 3일 자사주 1000주를 주당 11만 1800원에 사들였고, C 상무는 이튿날인 4일 자사주 1632주를 주당 10만 5300원에 샀다. D 상무는 주가가 5만 원대였던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4회에 걸쳐 자사주 2256주를 매수하기도 했다.
세 임원이 매입한 자사주는 초과이익성과급(OPI)에 따른 주식보상과 달리 매도제한(1~2년) 기간이 없다.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주주 참여 프로그램'(초과이익분배금의 최대 50% 자사주 지급)은 애당초 자사주 의무보유 기간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자사주를 1년 이상 보유하면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더 준다.
물론 상장사 임원은 자사주를 매매할 때마다 공시가 되는 탓에 재직 중 차익을 실현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증식은 확실한 성과 유인의 동기가 된다는 게 업계 평가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에 부정적이던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최근 삼성전자는 17만 5000원, SK하이닉스는 85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높이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은 더 커진 상태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기업들이 '성과 조건부 주식'(RSU·PSU) 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가운데, AI 산업의 대호조에 힘입어 주가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자사주 보상제가 핵심 인재를 유치하고, 성과 창출 의욕을 추동해 기업 가치를 더 키우는 '선순환 구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만장자(millionaire) 직원'으로 부러움을 샀던 미국 엔비디아가 대표적 사례다. 엔비디아는 성과급 제도로 현금뿐 아니라 PSU(성과연동 주식보상)와 RSU(양도제한조건부 주식보상) 등에 주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국경영학회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5.3%였던 퇴사율은 2.7%로 하락했다. 막대한 성과 보상이 업무 능률 향상은 물론, 인재 이탈까지 막는 방파제가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임원급은 과거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자사주를) 사는 직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식을 보유한 직원이 더 성과를 내고, 기업 가치가 상승해서 다시 직원의 자산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엔비디아만 있으란 법이 있느냐"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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