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AI', 조주완 'B2B'…IFA 누빈 삼성·LG 수장 '키워드' 달랐다

IFA 데뷔전 치른 노태문 "2030년까지 AI 드리븐 컴퍼니 변신"
조주완 "B2B 중심 질적 성장 이루겠다…5년 내 유럽 1위 도약"

노태문 삼성전자 DX 부문장(사장)이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5'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 뉴스1

(베를린=뉴스1) 최동현 박주평 기자

"AI홈 업계에서 글로벌 선구자로 도약"(노태문)"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질적 성장"(조주완)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수장들이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2025'에서 서로 다른 비전을 제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인공지능(AI)'을,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B2B'를 키워드로 5년 청사진을 제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든 업무와 제품에 AI 심겠다"

노태문 사장은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모든 업무에 AI를 적용해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DX부문의 모든 사업과 업무에 AI를 심어 삼성전자만의 '혁신 DNA'를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IFA2025는 노태문 사장이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은 후 처음으로 데뷔한 국제 가전 박람회이자, 부문장 자격으로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다. 노 사장은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삼성전자의 전 제품과 서비스에도 AI 기반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시종일관 'AI'에 방점을 찍었다.

'갤럭시 신화'을 일궈낸 노태문 사장이 AI에 꽂힌 이유는 단순히 'AI 대호황' 때문은 아니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허브로 삼성전자의 가전을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진짜 AI홈'을 구현해 초격차 우위를 쥐려면 AI 역량은 기본 조건이라는 인식이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는 반세기 넘는 역사에서 지금보다 더 척박한 환경을 딛고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거듭난 저력이 있다"며 "혁신 DNA를 바탕으로 AI 홈 역시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현실화해 글로벌 선구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 임직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헤리티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과 멈춤 없는 혁신"이라며 "지금 이 변화의 시기는 우리 스스로의 가능성과 실력을 다시 한번 증명할 때"라고 했다.

노 사장은 IFA2025가 개막하기 전부터 해외 고객사와 마라톤 미팅을 갖고 삼성전자의 AI홈 역량과 비전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에만 AI를 넣는 게 아니라 보급형 제품까지 확대해 AI 기술을 대중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5일(현지시각)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5'가 열린 독일 메세 베를린 내 LG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LG전자 제공)
조주완 "B2B 중심 질적 성장…유럽 공략 '키'는 AI·빌트인"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꼽은 키워드는 'B2B'다. 중국 하이센스의 TV 내년 출하량이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생활가전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은 무서운 수준이다. 고부가·고난도 영역으로 비교우위를 가진 B2B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구상이다.

조 사장은 IFA2025 개막날인 5일 LG전자 부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장(VS사업)와 냉난방공조(ES사업본부)를 기업 간 거래(B2B)의 쌍두마차로 LG전자의 질적 성장을 끌고 나갈 것"이라며 B2B, 비(非)하드웨어(Non-HW), 구독, D2C(소비자 직접 판매) 4대 신성장사업에 더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AI데이터센터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서 초대형 냉동기 '칠러'와 '액체냉각설루션'(CDU) 등 전문성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북미에 이어 지난 2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찾아 네옴시티에 조성될 AI데이터센터향(向) 냉각설루션 공급 협약을 따냈다.

조 사장은 "네옴시티 (공급 사업은) 포텐셜(잠재력)이 상당히 크다. 칠러뿐만 아니라 냉각설루션까지 다 들어가면 (수주액이) 조 단위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B2B에서 VS사업본부와 ES본부가 끌어나가는 쌍두마차 실적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했다.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도 "유럽 가전 매출을 5년 내 두 배로 키워 확고한 유럽 1위 가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하면서 B2B, Non-HW, D2C를 주력 사업으로 꼽았다. B2B 사업에선 유럽 시장 수요가 높은 '빌트인 가전'을 공략해 2030년까지 유럽 매출을 10배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조주완 사장과 류재철 사장은 중국과 독일 기업 전시관을 돌며 경쟁사의 제품 성능과 전략을 꼼꼼하게 살핀 것으로 전해진다. 조 사장은 "LG전자의 실용적 AI와 유럽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 빌트인 가전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