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떼고 종합가전 탈바꿈하는 中…삼성·LG 위협 커졌다
[IFA 2025]"저가 취급 안 한다"…프리미엄 내세우는 中
TV·냉장고 '대형 가전' 출사표…삼성·LG 텃밭 '프리미엄' 공략
- 최동현 기자
(베를린=뉴스1) 최동현 기자
"저가(低價)는 취급하지 않아요. 저가 시장은 물량이 많아도 수익성은 떨어지거든요."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5'가 열린 4일(현지 시각) 독일 메세 베를린. 100인치 미니 LED 4K TV를 설치하던 양산싱 드리미 글로벌 TV 사업부 영업이사는 "드리미는 럭셔리 브랜드 포지션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저가를 무기로 'K-가전'을 맹추격하던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180도 달라졌다. 가성비 전략을 버리고 한국 기업의 영역인 '프리미엄 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급기야 냉장고, 세탁기, TV 등 대형 가전까지 진출하며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아성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중국 드리미는 올해 IFA 부스에서 주력인 로봇청소기 비중을 확 줄였다. 대신 헤어드라이어 등 뷰티 기기부터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벽걸이 에어컨, 도어락, LED 조명, 홈캠, 식기세척기, 대형 TV 및 사운드바 설루션 등 '라이프 스타일 가전'으로 공간을 채웠다.
드리미가 TV,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처음이다. 100인치 TV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의 QLED와 미니led 패널을 채택했고, 돌비 애트모스 지원 5.1.2채널 사운드바를 결합해 '풀 홈시네마 설루션'을 내놨다.
양 이사는 "(TV는) 이미 서유럽 고객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11월 출시하고, 러시아 시장에도 곧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다음 세대는 4K에서 8K로 해상도를 높이고, 사운드바 출력도 70와트(W)에서 90W로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1위인 로보락도 신제품 가격을 높이며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을 공식화했다. 올해 IFA에서 공개한 차세대 로봇청소기 '큐레보 커브2 프로'의 유럽 출시가는 1299유로로 212만 원 수준이다.
로보락의 자신감에는 고도화된 기술력과 시장 장악력이 깔려 있다. 동밍(DongMing) 로보락 서유럽 영업 총괄은 키노트에서 신제품 가격을 공개하면서 "로보락은 170개국에서 2000만 가구 이상의 신뢰를 받고 있다"며 "독일은 물론 북유럽, 미국, 중국에서도 1위를 유지 중"이라고 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4개 업체(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샤오미)가 점유율 54.1%를 장악한 상태다. 특히 로보락은 미국 25% 관세에도 북미 시장 출하량이 전년 대비 65.3% 급증하며 승승장구했다.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앞다퉈 '종합 가전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양 이사는 "올해부터 세탁기, TV, 냉장고, 에어컨까지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보일 것"이라며 "단순히 바닥 청소(로봇청소기)만 하는 회사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가전 기업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데이비드 챈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키노트에서 "우리는 단순히 로봇청소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로봇청소기를 넘어 상업용 로봇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로봇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 업계로선 곤혹스러운 움직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방어하고 있지만, 중국 빅3 가전 기업(TCL·하이센스·하이얼)이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며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장착한 중국 신흥 가전업체까지 가세하면 시장 환경은 한층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 TCL·하이센스·샤오미 3사의 합산 출하량 점유율이 31%를 기록,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합산 29.9%)를 앞질렀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이 프리미엄 가전 경쟁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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