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복권'…’R 공포’속 파운드리·바이오·AI 등 450조 '승부수'

취업제한 풀려 경영 전면 복귀…'총수 부재' 상황 종료
투자·고용 등 경제활성화 위한 과감한 행보 이어갈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2.6.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확정되면서 경영 활동의 족쇄가 풀렸다. 이번 사면 복권으로 취업제한이 풀리면서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복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침체의 공포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이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전면 복귀를 계기로 삼성이 파운드리·바이오·인공지능(AI)·6G(6세대 이동통신) 등 미래 먹거리와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확정된 징역 2년6개월의 형기가 지난달 29일 종료됐지만 향후 5년 동안의 취업제한 처분은 남아있었다.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에도 삼성전자에서 무보수·미등기·비상근으로 경영 자문을 하는 역할에 그쳤으나 이번에 복권되면서 경영 전면에 복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19년 10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3년 가까이 이어진 삼성의 '총수 부재' 상황도 끝났다. 정부도 이 부회장에게 '경제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하는 만큼 투자 고용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삼성의 과감한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전경.(삼성전자 제공)ⓒ 뉴스1

최우선 순위는 이 부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이 꼽힌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이 부동의 세계 1위지만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에선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아야 하고 전통의 반도체 강자인 인텔의 거센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다급한 위치에 놓여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향후 5년 동안 45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재계에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반도체 투자에 집중될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이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다녀온 것도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당시 출장의 핵심 목적은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 방문이었다. 업계에선 올해 출하 예정인 약 50대의 EUV 장비 중 삼성전자가 절반 가까이 확보해 TSMC보다 조금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를 최대한 확보하면서 향후 파운드리 사업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바이오·AI·6G 등 신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1983년 사업 진출을 선언한 반도체가 세계 1위에 오른 것처럼 바이오도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6G의 시장성도 무궁무진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향후 3년 동안 미래 신사업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반도체와 다르게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사업들인 만큼 전문경영인이 아닌 총수의 장기적 안목에 기반한 결단이 필요한데, 총수 부재 상황이 길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신사업 TF 조직을 신설하는 등 준비에 나섰는데 이 부회장의 이번 복권으로 구체적인 계획과 성과들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이동통신 기업 '버라이즌(Verizon)'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1.11.18/뉴스1

총수가 경영 전면에 복귀하면서 미래 먹거리 및 신사업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새로운 투자를 선언할 수도 있다. 지난 2015년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특별사면된 이후 SK하이닉스에 4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8년 현대차그룹과 2016년 CJ그룹도 각각 정몽구 명예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 이후 대규모 투자에 나선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 "3년 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고 글로벌 경제가 대전환기를 맞는 등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치 앞도 알 수 없고 변화의 속도도 빠른 상황에서 이번 특별사면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