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진 하이닉스…'SK 브랜드' 로열티 2000억 넘어

지주사 ㈜SK와 2021년부터 3년간 브랜드 사용료 계약
단일 계열사 최고액…오너 '최측근' 박정호 부회장 합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하이닉스 분당사무소의 모습/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SK하이닉스가 내년부터 3년간 '날개 모양'의 SK 브랜드 사용료로 지불하는 금액이 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종전보다 1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SK그룹 단일 계열사 기준으로 최고액에 해당된다.

SK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최근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SK하이닉스 부회장직도 겸임하면서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SK케미칼을 비롯한 17개 계열사와 'SK 브랜드 사용' 내부거래 안건을 의결했다.

국내에선 지주사 체제를 갖춘 대기업이 계열집단에 속한 회사들과 동일한 브랜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로열티를 서로 주고받고 있다. 브랜드 사용료는 지주사들의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로 꼽힌다.

SK그룹에 따르면 모든 계열사들간 계약 기간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다.

이번 계약을 통해 ㈜SK가 내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벌어들일 브랜드 사용료 수입 총액은 약 671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2239억원의 브랜드 로열티를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24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업클러스터 구축 및 데이터센터 유치 투자협약식에서 답사를 하고 있다. 2020.11.24/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계열사별 상세 금액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가 약 2036억원을 지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는 17개 단일 계열사 중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다. 종전 3년 단위 계약(2018~2020년)보다도 약 112억원(5.9%) 증가한 것이다.

SK그룹에 따르면 브랜드 사용료는 모든 계열사에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는데, 이는 전체 연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2%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향후 3년간 매출 추정치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이같은 브랜드 사용료를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SK그룹의 기존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SK텔레콤과 SK에너지의 경우 새로 맺은 계약에 따른 브랜드 사용료가 각각 약 718억원, 1380억원으로 종전 계약보다 6.2%, 1.6% 감소했다.

이는 그만큼 SK텔레콤, SK에너지의 향후 실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의 매출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재계에선 SK하이닉스가 2012년 SK그룹에 합류한 지 불과 10년도 지나기 전에 단순히 매출 규모에서 중요도가 높아진 것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핵심 계열사로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겸 SK하이닉스 부회장(SK텔레콤 제공) /뉴스1

최근 SK하이닉스의 국내외 경영 행보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1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깜짝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0월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이목을 끄는 '빅딜'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가 10조3100억원을 들여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일체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세계 점유율 2위인 D램에 비해 상대적 열세였던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SK하이닉스의 전략적 판단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규모 거래로 기록됐다.

무엇보다 최근에 최고경영진에 SK텔레콤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박정호 부회장이 합류한 것이 고무적이다.

박 부회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전략통'으로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고려대 동문 사이이자 오랫동안 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최측근으로 꼽힌다.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 인수를 총괄하며 그룹내 '2인자'로 자리매김한 박 부회장이 경영진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 SK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국내기업 시가총액 2위라는 상징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으로서 SK그룹에 편입된 지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가장 핵심적인 계열사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sho21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