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초미세먼지 10만개 중 1개만 통과…"99.999%의 기술력"

[인터뷰]윤인철 삼성전자 공기청정연구센터장
"제거율 국내 최고, 레이저센서 적용 측정기술도 톱"

윤인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공기청정연구센터장(상무). ⓒ 뉴스1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10만개의 먼지가 필터를 통과할 때 단 1개의 먼지만 빠져나가는 기술"

삼성전자에서 20년간 공기질(Air Quality)을 연구해온 윤인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공기청정연구센터장(상무)은 최근 재난 수준으로 심각해진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공기청정 필터 개발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 (Air Dresser)'에 들어가 있는 광촉매 탈취 필터를 개발한 그는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큐브'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연말 생활가전사업부 산하 공기청정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으로 발탁됐다.

요즘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와 질문이 쏟아진 적이 없다는 윤 센터장은 먼지를 걸러주는 필터의 성능을 올리고 1년 정도인 필터 수명을 연장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담배보다 해롭다는 미세먼지를 잡기위해 공기청정연구센터란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진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담배 연기로 필터 테스트를 하다보니 센터에 마련된 특수공간에는 담배 냄새가 떠날 일이 없다고 한다.

윤 센터장은 지난 8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0.3㎛(마이크로미터)를 수차례 강조했다. 학계와 업계에서 가장 잡기 어렵다고 평가하는 입자 크기는 0.3㎛다. 윤 센터장은 "0.3㎛는 혈관에 침투해 몸속에 쌓여 유해성이 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0.3㎛보다 작다고 더 집진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날아다니는 먼지 입자 가운데 가장 필터에 붙잡기 어려운 입자 크기가 0.3이기 때문에 0.3이 공기청정기 필터 능력을 평가하는 최고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중 입자의 지름이 10㎛ 이하의 먼지를 '미세 먼지(PM10)', 지름 2.5㎛ 이하의 먼지를 '초미세 먼지(PM2.5)'라고 부른다. 마이크로미터(㎛)는 1000분의 1밀리미터(㎜) 단위로 머리카락의 지름이 50~70㎛ 정도다.

삼성전자가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큐브' 공기청정기의 경우 10만개의 먼지를 통과할 때 1개의 먼지만 빠져나갈 정도의 높은 청정수준을 확보했다. '하이브리드 집진필터'로 0.3㎛의 초미세먼지를 99.999% 제거한다. 타 브랜드 공기청정기가 최대 99.9%라면 삼성 '큐브'는 99.999%에 성공했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99.9%는 미세먼지 10만개 중 100개가 걸러지지 않는다는 뜻인 반면, 99.999%는 10만개 먼지 입자 중 단 1개만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100배의 차이가 있다.

그는 "0.3㎛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99.999%까지 제거할 수 있는 초순도 청정 시스템을 개발했고 필터의 성능과 수명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 우리 개발진의 목표"라며 "필터에 극성(+,-)을 지닌 정전커버를 추가해 정전기의 힘으로 먼지를 더욱 강력하게 끌어당김으로써 99.999%까지 정교하게 걸러 낼 뿐만 아니라 이때 생긴 전기가 화학 물질 없이 필터 속 세균까지 살균해 청정 효과도 높였다"고 강조했다.

전문 계측 장비 수준의 '레이저 PM 1.0센서'도 비장의 무기다. 레이저 PM 1.0 센서는 기존의 LED 광산란 방식 대신 레이저를 광원으로 적용했다. 강한 햇빛에서 먼지가 잘 보이는 것과 같이 광량이 높고 빛의 산란이 잘 일어나는 레이저 광원을 사용해 0.3㎛ 미세먼지까지 정밀하게 측정한다. 그는 "이 같은 정밀 측정이 중요한 이유는 센서가 측정한 공기질에 따라 인공지능 기반으로 가동여부와 풍량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먼지 측정 수준이 곧 실내 공기 상태, 필터 수명, 에너지 사용량 등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공기청정기 '큐브'의 공기청정 필터. (삼성전자 제공)ⓒ 뉴스1

생활가전사업부 산하 공기청정연구센터는 삼성 종합기술원의 '미세먼지연구소'와도 긴밀히 협업한다. 최근 미세먼지연구소 연구원들과 만나 머리를 맞댄 것도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국가적 재난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는 원천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했다. 위협받는 국민 건강을 위해 전사적으로 해결책을 만들어보겠다는 뜻이 모였다. 삼성전자는 미세먼지연구소를 통해 미세먼지의 생성 원인부터 측정·분석, 포집과 분해에 이르기까지 전체 사이클을 이해하고, 단계별로 기술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필요 기술과 솔루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반도체기업 답게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 적용된 최첨단 공기청정 시스템을 활용해보자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이다.

윤 센터장은 "미세먼지 연구소에는 좀 더 큰 차원의 선행연구가 진행되고, 저희 공기청정연구센터에서는 실제 소비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제품화가 가능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세먼지연구소가 속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미세먼지 연구에 기초가 되는 저가·고정밀·초소형 센서 기술 개발은 물론, 혁신 소재를 통한 필터 기술, 분해 기술 등 제품에 적용할 신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2000년 초반 국내 최초로 청정환기시스템을 삼성물산과 공동 개발했으며, 2000년대 중반에는 삼성전자의 환기시스템(ERV) 개발에 참여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se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