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주 동의 얻어야…삼성전자 美 하만 인수 남은 과제들

태그얼롱 적용해 50%+1주 찬성하면 전량 매수 가능
한미 양국 공정위 독과점 승인 등도 걸쳐야

지난 1월 정식 오픈한 하만 북미 전장사업 부문 본사 전경(하만 홈페이지 캡처)ⓒ News1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삼성전자가 미국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 하만을 인수한다. 인수대금만 9조4000억원, 국내 기업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남은 과제는 하만의 주주총회, 양국 관계 당국의 승인절차 등이다. 삼성전자는 하만 주주총회에서 주주 50%+1의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만 주주 중 펀드의 보유지분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양국의 당국 승인은 독과점 문제를 다루게 된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사업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고 하만의 독립 경영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이 역시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주식은 뉴욕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하고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그만큼 하만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 태그얼롱 통해 하만 인수…주총서 50%+1 확보해야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하만의 주주총회가 1차 관문이다. 하만은 6월 결산법인이며 차기 주주총회는 12월 6일로 예정하고 있다.

하만 주주총회에선 50%+1의 찬성표만 얻으면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에 성공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태그얼롱 조항을 활용해 이번 M&A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지분도 모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삼성전자가 통상적인 M&A에 비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후하게 지불한 이유이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하만 지분 인수를 위해 직전 한달간 거래평균가 대비 37%의 프리미엄을 더한 주당 112달러의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총 인수금액은 80억달러, 한화 9조4000억원 규모다.

하만의 대주주는 뱅가드그룹 등 펀드들이다. 10개 펀드들이 보유한 지분만 더해도 50.69%에 달한다. 일정 수익률을 원하는 펀드들의 특성상 37%의 프리미엄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양국 당국의 독과점 승인도 거쳐야

대규모 M&A 인만큼 양국 관계 당국의 독과점 승인도 거쳐야 한다. 두 회사를 더해 특정 사업에 독점적인 권리를 갖게 된다면 한국과 미국 양측에서 M&A를 불허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사업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활가전 TV 스마트폰이 주력 제품이다. 하만은 오디오 기술을 기초로 해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커넥티드카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를 더한다고 시장 점유율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요소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 기업 우선주의를 펼 것으로 예상돼 막판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독과점 이슈가 크게 불거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하만의 독립 경영을 보장해주고 현 경영진과 시스템을 유지하는 만큼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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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하만 상장폐지 100% 자회사로 "시너지 크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절차가 2017년 3분기 이전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이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뒤 뉴욕거래소에선 상장 폐지도 시킬 방침이다. 온전한 자회사로 편입해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배경에 대해 "전략적 적합성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양측이 보유한 기술이 연결될 경우 막대한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 사업에 5G통신기술과 OLED, 반도체 부품, 인공지능(AI) 및 음성인식 솔루션(비브랩스), 생활가전 노하우 등을 접목시킬 수 있다. 하만은 커넥티드카 관련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솔루션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상호 기술 교류를 통해 새로운 스마트카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 입장에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 기술부터 5G 이동통신, 차별화된 UX 및 음성인식 솔루션이 필요했고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 진출이 필요한 시기였다"며 "양측의 결합으로 자동차업체에게 훨씬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가능하고 소비자의 만족도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 하만을 중심으로 커넥티드카 관련 전장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핵심 부품, 시스템, 솔루션 등의 분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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