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돼서 내보내는 줄 알았는데"…올해 희망퇴직, '인력 재편' 신호탄
사업 효율화 과정서 희망퇴직…장기근속자 대상 인력 선순환
1년 이상부터 20년 이상까지 대상 제각각…인력 구조도 다변화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올해 들어 유통·이커머스 등 소비재 업계의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실적 악화에 따른 비용 절감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점포 폐점과 사업 매각, 조직 슬림화, 업무 방식 변화 등 기업의 사업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내수 부진과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가 맞물리면서 희망퇴직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차원을 넘어 회사가 앞으로 어떤 사업에 집중할지에 따라 인력 구조를 함께 재편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희망퇴직 사례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들 수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선임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광역장, 지역장, 점장 등 현장 관리직은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전체 약 2500명 가운데 약 800명이 대상에 포함됐다.
보상은 근속연수에 따라 달랐다. 근속 20년 이상은 기본급 12개월분, 10~19년은 10개월분, 4~9년은 8개월분, 3년 이하는 3개월분을 지급했으며 근속 1년 미만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달리 알짜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회사측은 희망퇴직과 관련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과 맞물린 조치로, 인수사 이동 또는 기존 회사 잔류 등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11번가도 지난 7월 근속 2년 이상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10개월 치 급여와 재취업 지원 등이 제공됐다. 11번가는 비용 효율화와 사업 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1년 이후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21일부터 근속 20년 이상 직원, GL2 이하 직급은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기준임금 40개월분과 재취업 지원금 2000만 원(GL2 이하 2500만 원),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한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희망퇴직과 동시에 신규 채용도 이어간다. 올해 상반기 영업·상품기획(MD)·마케팅 직무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며 하반기에도 영업 직무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희망퇴직을 '인력 구조 선순환'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올해 희망퇴직 사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회사가 처한 어려움의 종류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실적 악화나 적자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희망퇴직을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사업 철수·점포 폐점·조직 통합처럼 회사의 사업 구조 자체가 바뀌면서 기존 인력의 역할도 함께 조정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자동화의 확산도 기업의 인력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다만 AI가 희망퇴직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으로 업무 방식이 바뀌면서 필요한 인력과 역량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올해 'AI 워커' 직업훈련을 추진하며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인력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도 2026년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서 반도체 고용은 증가하는 반면 섬유는 감소하고, 기계·전자·디스플레이·철강·자동차 등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산업별 고용 수요가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 자체만 놓고 보면 비용 절감으로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나 점포 운영 방식, 업무 프로세스가 바뀌면서 인력 구조를 함께 조정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현재의 비용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향후 필요한 인력 구조를 만드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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