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까지 협상장에?"…가맹업계, '제3자 개입' 우려

'적법하게 대리하는 자' 범위 모호…업계 "법적 대리인으로 한정해야"
점주 10%면 단체 등록 가능…복수 단체 난립·대표성 문제도 여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5회계연도 결산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6.8.26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프랜차이즈업계가 협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대리인'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맹점주단체의 협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행 개정안의 규정이 모호해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관계자 등 외부인이 본사와 점주 간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원가와 수익구조 등 민감한 경영정보가 오가는 협의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외부로 노출될 수 있는 만큼 대리인의 범위를 변호사 등 법적 대리인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30명 문턱' 낮추는 데는 공감…문제는 협상 방식

22일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후속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내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점주단체로 등록하려면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전체 가맹점주의 10% 이상이 가입하면서 가입자도 최소 30명 이상이어야 한다. 가입률과 관계없이 점주 1000명 이상이 참여한 단체도 등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30명 이상'이라는 하한선은 소규모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단체 구성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맹점이 30개 미만인 브랜드에서는 단체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고 30개를 조금 넘는 브랜드도 상당수 점주가 참여해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1일 한국프랜차이즈협회와의 간담회에서 "소규모 가맹본부 소속 점주에 대해 등록 요건이 가중된다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하한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본부 측 역시 이 부분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30인 규정 요건을 낮추는 것 자체에는 저희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와 프랜차이즈업계 간담회 현장. 2026.9.11 ⓒ News1 황두현 기자
"적법한 대리인이 누구냐"…업계, 외부 개입 우려

업계가 더 큰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본사와 점주단체의 협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대리인'의 범위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협의 요청에 의해 개시된 협의절차의 참석자는 참석 시점의 가맹본부 소속 임직원 및 등록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원으로 한다. 이 경우 당사자를 적법하게 대리하는 자도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적법하게 대리하는 자'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뿐 아니라 가맹점주단체가 위임한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관계자 등 제3자까지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적법하게 대리하는 자'가 불명확하다"며 "업계는 법적 대리인인 변호사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점주는 자신들이 위임한 사람이라면 협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본사와 점주 간 협의에서는 원부자재 가격과 마진 구조, 가맹점 수익성, 마케팅 비용 등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경영정보가 논의될 수 있다.

업계는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인이 협상에 참여할 경우 이 같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외부인이 협상에 참여하면 영업비밀 노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당사자 간 합의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의도적으로 협상을 어렵게 이끌어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리인의 범위를 변호사 등 법적 대리인으로 한정하거나 최소한 시행령에 참여 자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점주 10%면 단체 구성…본사 "대표성 담보해야"

가맹점주단체의 등록 기준인 '10%'도 여전히 쟁점이다.

시행령대로라면 전체 가맹점주의 10% 이상이 참여하고 최소 인원 기준 등을 충족한 단체는 등록을 거쳐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기준이 10%로 정해질 경우 하나의 브랜드 안에 복수의 등록단체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각각 10%의 점주가 참여한 단체가 여러 개 구성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도 3~4개 단체가 만들어져 서로 다른 요구를 제시한다면 본사가 각각의 단체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특히 단체별 요구가 충돌할 경우 어느 단체의 의견을 전체 가맹점주의 이해관계에 가까운 것으로 볼 것인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부 측은 그동안 점주단체가 실질적인 협의권을 갖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대표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등록 요건으로 최소 30~40% 수준의 가입률을 요구해왔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도 본사에 불만을 가진 소수 점주가 분쟁을 일으키면서 다른 다수 점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협의권을 갖는 단체라면 최소한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높이고 본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도 취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협의권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만큼 이를 행사하는 단체의 대표성과 협상 참여자의 범위 역시 명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시행령 확정 과정에서 △대리인의 범위 △영업비밀 보호 장치 △복수 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절차 △가맹점주단체의 대표성 확보 기준 등을 구체화해야 향후 현장의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요구다.

업계 관계자는 "점주들의 정당한 협의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소수 점주로 구성된 복수 단체와 외부 대리인이 동시에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혼선이 발생할 수 있어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