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00달러 넘은 국제유가…유통업계 '원가·물류비' 긴장
WTI·브렌트유 한 주 8% 넘게 급등…나프타도 다시 상승세
식품·뷰티 포장재 원가 압박…e커머스는 배송 유류비 부담 우려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확산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식품·뷰티업계의 포장재 원가부터 유통·e커머스업계의 배송비까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업계도 유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원유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나프타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어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 등 포장재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식음료·뷰티·유통업체들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6.43달러(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마감했다.
12일에는 2.43달러(2.37%) 하락한 배럴당 100.05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여전히 100달러선을 유지했다. 브렌트유 11월물도 11일 107.63달러에서 12일 104.61달러로 하락했다. 주간으로는 WTI와 브렌트유 모두 8% 넘게 상승했다.
중동 지역 무력 충돌이 원유 생산과 운송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유가 상승은 식품·뷰티업계가 사용하는 포장재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페트병과 각종 플라스틱 포장재의 기초 원료 가격이 원유 및 나프타 가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나프타 가격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한 지난 4월 MT당 평균 1063.1달러까지 올랐다가 6월 708.4달러로 떨어졌다.
이후 7월 807.1달러, 지난달 795.6달러를 기록한 뒤 이달 들어 평균 874.1달러로 다시 상승하고 있다.
식품업계로서는 부담스러운 흐름이다. 올해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재료와 에너지 비용 등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주요 식음료 업체들은 지난 6월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지난번 가격 인상 때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버티다 가격을 올린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고유가가 다시 장기화하면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율도 변수다. 지난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6.7원 오른 1345.9원에 마감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등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상승할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두 달 전 환율이 15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낮은 수준이지만 유가와 환율 모두 계속 지켜봐야 하는 변수"라며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은 환율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원재료를 수입해 국내 생산에 주력하는 업체는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뷰티업계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용기와 튜브 등 화장품에 사용하는 포장재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원료·제조비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에센셜 오일과 레티놀, 펩타이드 등 일부 원료는 유럽 등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운송비 변동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으로 이어질 경우 유통·e커머스업계의 물류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무료배송과 빠른배송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사업자의 경우 배송 차량에 들어가는 유류비가 상승하면 물류 비용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e커머스업계의 배송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곧바로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업체가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면서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직배송 차량의 유류비는 회사가 부담하는 구조"라며 "배송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경유 가격이 올라가면 늘어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심리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고유가가 에너지와 상품·서비스 가격 전반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유통업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유가 변동만으로 당장 사업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비용뿐 아니라 소비 측면의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며 "전체적인 물가와 유가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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