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상품도 만든다"…챗봇 넘어 유통 현장 파고든 AI

CU 'AI 유부초밥' 2주 만에 5만개…GS25 얼박사 매출 130억
수요예측·로봇 물류·과일 선별까지…AI 활용 전 과정으로 확대

BGF리테일 제공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유통업계의 인공지능(AI) 활용이 고객 상담이나 챗봇 등 단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상품 기획과 수요예측, 재고관리, 물류, 품질관리 등 핵심 업무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AI가 고객의 질문에 답하는 보조 수단에서 벗어나 '무엇을 만들고, 얼마나 준비하고, 어떻게 배송할지'를 결정하는 유통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모습이다. AI 분석을 실제 상품 개발에 적용해 판매 성과로 연결하거나 품질관리 지표를 개선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AI가 소비자 반응 미리 본다…상품 개발에도 '실전 투입'

2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가 AI 합성소비자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미니 오리지널 유부 2입'은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5만개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스테디셀러인 참치마요 유부초밥 판매량 3만개와 비교하면 약 1.7배 많은 수준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7월 AI 합성소비자 기술 스타트업 인텔리시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AI를 상품 기획과 매장 운영 등에 활용하고 있다.

AI 합성소비자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가상 소비자 모델을 생성해 신상품이나 가격, 프로모션 등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CU는 이를 활용해 상품 출시 전 구매 의향과 선호도, 적정 가격 등을 분석하고 상품 구성에 반영하고 있다.

미니 오리지널 유부 2입도 최근 1~2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한 끼 식사의 양과 단위를 줄이는 '스몰 밀' 트렌드에 대한 AI 합성소비자 조사를 거쳐 개발됐다.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가상 소비자가 양에 대한 부담과 칼로리, 잔반 처리 등을 이유로 미니 간편식을 선호했으며 특히 25~29세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러닝 트렌드를 겨냥한 '러너박스'에도 AI 합성소비자 조사가 활용됐다. 조사에서 러닝 관련 패키지 상품에 대한 선호도와 단백질·필수아미노산 등 영양 요소, 1만원 이하 가격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자 CU는 이를 바탕으로 9900원짜리 러너박스를 구성했다.

GS25도 자체 AI 분석 시스템을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한 '얼박사'는 박카스와 사이다, 얼음컵을 함께 구매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든 제품이다. 출시 이후 누적 매출 130억 원을 돌파했고 3개월 연속 음료 매출 1위를 기록했다.

GS25는 2022년부터 사내 포털에 'AI 트렌드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소비자 반응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언급량과 상권·점포 유형별 수요, 고객 성별·연령대, 맛과 식감 등을 분석해 상품 개발에 반영한다.

검색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데이터를 활용한 '트렌드 선행 캐칭 시스템'을 통해 향후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는 상품도 발굴하고 있다.

얼마나 팔릴지도 AI가 예측…물류·품질관리까지 확대

AI 활용은 상품을 기획하는 단계에 그치지 않는다. 상품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관리하고 배송 경로를 정하는 물류 영역부터 상품의 품질을 판별하는 과정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8월 가동을 시작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에 영국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 OSP(Ocado Smart Platform)를 적용했다.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이 계절과 날씨 등 외부 변수를 반영해 상품별 수요를 예측하고 적정 재고와 발주량을 관리한다. 판매 우선순위가 높은 상품은 출고하기 쉬운 위치에 배치하고 배송 단계에서는 실시간 도로 상황 등을 반영해 배송 경로를 최적화한다.

물류 자동화에는 로봇 기술도 활용된다. 로봇이 상품을 작업 위치까지 운반하고 피킹 로봇팔이 상품 위치를 인식해 필요한 상품을 집는 방식이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최대 3만5000개 상품을 취급할 수 있으며 하루 최대 13회차 배송 체계를 갖췄다. 다만 운영 초기인 만큼 AI 수요예측 도입 전후의 과잉재고·폐기율 감소나 업무시간 절감 등 구체적인 성과는 향후 데이터가 축적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마트가 지난 7일 부산 강서구에 첨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오픈했다고 9일 밝혓다. 영국 오카도(Ocado)의 통합 솔루션(OSP)이 국내 최초로 적용된 이 센터는 최대 1000대의 AI 로봇과 빅데이터,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주문부터 상품 피킹, 포장, 배송노선 최적화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이를 통해 품절이나 오배송 같은 고질적인 불편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고객이 원할 때 2~3시간 단위로 배송을 받아볼 수 있도록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사진은 피킹 로봇 ‘봇(Bot)’이 하이브 내 상품을 이동, 피킹 로봇 팔(OGRP)이 상품을 집은 모습. (롯데마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9 ⓒ 뉴스1

상품 품질관리에도 AI가 투입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22년 멜론을 시작으로 감귤·참외·사과 등 13개 과일 품목에 AI 기반 품질 선별 시스템을 적용했다.

AI 선별 시스템은 당도뿐 아니라 수분 함량과 후숙도, 표면의 미세한 상처 등 다양한 품질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도입 이후 과일 불량률은 판매량 대비 0.01% 이내로 관리되고 있으며 2025년 과일 관련 고객 불만 건수도 2021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는 영역에서도 AI 활용은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보틀벙커 앱의 'AI 소믈리에'는 약 8000종의 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추천한다. 텍스트와 음성뿐 아니라 와인 라벨 이미지까지 인식해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까지 연결한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보틀벙커 앱 이용자 수는 직전 동기간보다 약 30%, 픽업 예약 건수는 약 40%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 AI의 역할은 고객의 질문에 답하는 단계에서 어떤 상품을 만들지 결정하고, 판매량을 예측해 재고를 준비하고, 상품을 배송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단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이를 통해 상품 개발 기간과 비용을 얼마나 줄이고 매출과 재고 효율을 얼마나 개선했는지가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