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놨더니 판권 가져가네"…해외 브랜드 유통 잔혹사
'계약 중도해지' 조이웍스, 美 중재로 반격…판권 되찾을까
이랜드가 키운 푸마·뉴발란스 직진출…호카로 다시 원점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국내 총판사였던 조이웍스와 호카 본사 데커스 간 유통계약 해지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조이웍스가 8년간 국내 시장 개척과 투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계약 중도해지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해외 브랜드를 키운 국내 유통사가 글로벌 본사의 판권 회수로 사업 기반을 잃는 문제가 패션업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재협회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서 진행 중인 호카 유통계약 해지 적법성과 관련해 최종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채 중재 절차가 계속 진행 중이다.
데커스가 이미 이랜드를 신규 국내 파트너로 선정한 만큼 업계에서는 조이웍스와 데커스의 기존 사업 관계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계약 해지의 적법성 등에 대한 최종 판단은 지켜봐야 한다.
패션업계에서 해외 브랜드 국내 유통 판권을 둘러싼 분쟁이 ICDR 중재 절차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흔치 않다. 통상 국내 유통사들은 글로벌 본사와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중시하는 만큼 법적 분쟁보다는 물밑 협상을 통한 계약 조율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조이웍스가 이례적으로 국제 중재 절차에 나선 배경에는 계약 해지에 따른 사업 기반 상실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이웍스 임직원들은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국내 시장 개척에 기여한 유통사의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번 호카 사태가 이례적인 또 다른 이유는 조성환 전 조이웍스 대표의 폭행 사건이 계약 해지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조 전 대표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건 발생 경위와 관련해서는 피해자들이 판권 문제와 관련해 자신을 의도적으로 도발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해외 브랜드 유통 계약이 종료된 뒤 글로벌 본사가 한국법인을 설립해 직접 진출하는 과정에서 기존 국내 유통사와 갈등을 겪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와 푸마다.
이랜드는 1994년 푸마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뒤 연 매출 100억 원대였던 브랜드를 2007년 연 매출 2000억 원 규모로 키워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푸마가 성장한 이후 독일 본사가 직진출을 추진하고 전국 대리점 영업망 확보에 나서면서 이랜드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당시 이랜드 스포츠 사업은 푸마가 빠진 이후 매출이 70% 가까이 감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는 이후 2008년 뉴발란스를 들여왔다. 당시 연 매출 250억 원 수준이었던 뉴발란스는 이랜드와 손잡은 지 18년 만에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뉴발란스 역시 내년부터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한다. 다만 푸마 때와 달리 이랜드는 2030년까지 뉴발란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유지하면서 파트너십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직진출 과정에서 기존 파트너와의 관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며 연착륙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푸마를 키웠지만 직진출로 결별했고, 뉴발란스를 1조 원 브랜드로 성장시킨 뒤 다시 직진출을 앞둔 이랜드가 이번에는 호카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셈이다.
국내 유통사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장기간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시장을 키우더라도 상표권과 사업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글로벌 본사의 판단에 따라 사업부의 미래가 크게 좌우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랜드는 뉴발란스를 대신할 차기 성장동력으로 호카를 품었지만 새로운 브랜드 사업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호카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계획하고 있지만 해외 브랜드 사업의 최종 상표권과 사업 결정권이 글로벌 본사에 있다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이웍스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 데커스와 관계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다"며 "해외 브랜드 유통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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