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커지는데…유통업계는 오프라인에 베팅하는 이유
백화점·대형마트, 판매 공간 넘어 F&B·문화·체험 결합한 '체류형 공간'으로
온라인은 편의성·오프라인은 경험…리뉴얼·팝업·신규 출점으로 역할 차별화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온라인 쇼핑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과 가격·편의성으로 정면 승부하기보다는 식음료(F&B)와 문화, 체험 콘텐츠 등을 결합해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상품을 사는 곳에서 고객이 찾아와 머무는 공간으로 점포의 역할을 바꾸면서 체류시간과 소비를 함께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5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5조13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3% 증가했다. 모바일쇼핑 거래액도 19조2890억원으로 9.7% 늘었다. 6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역시 24조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7% 증가했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등 오프라인이 강점을 가진 장보기 기능을 유지하면서 F&B와 전문점, 문화·체험 콘텐츠를 더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신선도와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여러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장보기 수요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점포별 상권에 맞는 체험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 송파점은 2024년 8월 약 700평 규모의 상설 미술 전시장 '엠아트센터'를 도입했다. 도입 첫 달 전체 매출과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10%, 5% 증가했으며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은 4만5000명을 넘어섰다.
수원점은 키즈카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구성된 600평 규모의 패밀리 테마파크를 운영한 결과 지난해 테넌트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삼산점도 지난해 6월 '짱구게임장'을 도입한 이후 1년간 테넌트 매출이 리뉴얼 이전 같은 기간보다 약 1.5% 늘었다.
이마트는 기존 대형마트를 쇼핑과 외식·문화·휴식을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바꾸는 '스타필드 마켓'을 확대하고 있다. 판매 기능에 북그라운드와 키즈그라운드 등 휴식·문화 공간을 더해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리뉴얼한 스타필드 마켓 일산점·동탄점·경산점의 올해 2분기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5%, 평균 고객 수는 42.4% 증가했다. 3시간 이상 6시간 미만 머문 장기 체류 고객 수도 86.2% 늘었다.
이마트는 온라인 장보기와 오프라인 매장을 대체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채널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배송과 퀵커머스를 위한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상권과 고객 특성에 따라 스타필드 마켓 리뉴얼과 트레이더스 출점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백화점도 온라인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브랜드와 F&B, 팝업, 문화 콘텐츠를 앞세워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타운 잠실을 중심으로 팝업과 F&B, 문화·체험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450건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연간 팝업 유치 규모도 2024년 약 400건에서 지난해 약 700건으로 증가했다.
체험 콘텐츠가 다른 상품군 소비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본점에서 진행한 '2026 롯데타운 명동 페스티벌'에는 열흘간 약 1만4000명이 방문했다. 행사 기간 본점 F&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고 K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
인천점은 약 3년에 걸쳐 식품관과 프리미엄 뷰티관, 키즈관, 여성·럭셔리 패션관 등을 순차적으로 새단장했다. 올해 1~7월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고 해외패션 매출은 40%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공간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점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강남점에는 약 6000평 규모의 식품관을 조성하고 스위트파크와 하우스오브신세계, 신세계 마켓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식품관을 단순히 장을 보는 공간이 아닌 점포 방문을 유도하는 목적형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식품 구매 고객의 다른 장르 연관 구매율은 50%에 달한다. F&B를 통해 고객을 점포로 끌어들인 뒤 패션·럭셔리 등 다른 상품군의 소비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점포 리뉴얼과 신규 출점을 병행한다. 2028년까지 '더현대 광주'와 '더현대 부산' 등을 추진하고 경북 경산에는 프리미엄아울렛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 점포에서도 시그니처 공간과 신규 지식재산권(IP) 콘텐츠, 대형 테넌트 등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대체하는 관계보다는 각자의 강점에 따라 역할이 분화하는 채널로 보고 있다.
온라인은 가격 비교와 반복 구매, 배송 등 편의성에서 강점을 갖는다. 반면 오프라인은 상품을 직접 보고 경험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쇼핑·외식·문화·휴식을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으로 차별화하는 흐름이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에만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6월 기존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을 통합한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Hi)'를 선보였다.
더현대 하이는 가격과 할인 중심의 기존 e커머스와 달리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와 상품 큐레이션을 강화해 고객의 발견과 취향에 초점을 맞췄다. 향후 온·오프라인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고 자체 인공지능(AI) 쇼핑 어시스턴트 등을 활용한 개인화 추천도 강화할 계획이다.
결국 유통업체들의 오프라인 투자는 온라인과 같은 방식으로 상품 판매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장보기나 쇼핑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없어도 고객이 찾아와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고, 늘어난 체류시간을 자연스럽게 소비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상품을 빠르고 편리하게 구매하는 소비가 늘어날수록 오프라인에서는 상품 자체뿐 아니라 고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공간의 가치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점포별 상권과 고객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고객의 체류시간과 소비를 함께 늘리려는 경쟁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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