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냉방가전도 안 통했다…방문 횟수 집중하는 가전 양판점
이사·교체 수요 위축에 대형·주방가전 판매 부진
가전 관리·IP전문관 등으로 집객…대형가전 구매 전환은 과제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가전 구매에 적기로 꼽히는 월드컵과 무더위에도 가전양판점 업계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마진 대형 가전 판매가 꺾이면서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업계는 매장 방문을 늘리기 위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 팝업 스토어 등으로 집객에 사활을 걸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순매출은 1조8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6억 원의 적자보다 손실 폭이 133억 원 확대됐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마진이 큰 대형 가전과 주방 가전의 매출 축소다. 최근 건설 경기 한파로 이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목돈이 드는 대형 가전 구매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콕' 트렌드로 가전 교체 수요가 폭발했던 점도 부메랑(역기저 효과)이 됐다. 대형 가전의 교체 주기가 통상 10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신규 수요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가전 익일 배송·설치를 내세운 e커머스 플랫폼들의 약진도 오프라인 양판점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올해는 월드컵에 따른 TV 판매와 폭염에 따른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가전 수요가 기대됐지만 상반기 전체 실적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롯데하이마트의 6월 총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했으나 4월과 5월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했다.
가전 유통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롯데하이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스토어를 운영하는 삼성전자판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LG전자 베스트샵 운영사 하이프라자의 영업이익도 243억 원에서 205억 원으로 15.7% 줄었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SY리테일은 지난해 20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적자 폭이 31억 원 확대됐다. 비교 대상 기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가전 제조사 계열 유통망과 독립 양판점 모두 수익성 저하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위기에 몰린 양판점들은 당장의 고가 가전 판매보다는 고객들의 '매장 방문 횟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매출 단가가 크지 않더라도 온·오프라인 접점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잠재적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포석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청소·보험·수리·이전 설치 등을 묶은 '안심케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안심케어 매출은 3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안심케어 이용 고객의 상품 연동 구매율은 같은 기간 52.5%를 기록했다.
중고 모바일 사업도 대표적인 집객 수단이다. 스마트폰은 대형가전보다 교체 주기가 짧아 고객을 매장으로 다시 불러들이기 쉽다.
전자랜드는 게임과 캐릭터 IP를 활용해 방문객 확대에 나섰다. 용산점 본관에 IP전용관을 오픈해 굿즈 판매, 팝업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첫 팝업 행사에는 약 한 달 동안 5000명이 방문했다.
가전 구매 계획이 없는 소비자도 일단 점포로 불러들여 매장 체류시간과 브랜드 접점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체험 공간을 운영할 수 있다는 오프라인 점포의 강점을 살리는 시도이기도 하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집객 중심' 전략이 본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볍게 매장을 찾은 고객이 대형 가전 구매로 전환될 확률은 낮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와 혼수, 입주 수요에 의존했던 기존 가전 유통 방식만으로는 고객 접점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며 "단순 방문객을 실제 가전 구매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정교한 연계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근본적인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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