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태극기 알리려던 이랜드, 정작 1년 넘게 놓친 것은

1년 넘는 개발·수정에도 걸러내지 못한 태극 문양 오류
외국인 겨냥한 상품이지만 다국어 환불 안내·현황은 불분명

뉴발란스 코리아 'UNI NB 건곤감리 익스클루시브 반팔티'(뉴발란스 제공)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랜드월드(035650)가 운영하는 뉴발란스 코리아는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국내외 고객에게 한국과 서울의 매력을 알리겠다며 'NB 서울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한국을 알리겠다며 앞세운 태극 문양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랜드가 1년 넘는 개발 과정에서 놓친 것은 문양의 오류만이 아니었다.

문제가 된 'UNI NB 건곤감리 익스클루시브 반팔티'는 제품명과 설명에서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흰색 제품의 태극 문양은 일반적인 태극기와 반대로 보일 수 있게 표현됐고, 건곤감리의 위치와 방향도 흐트러졌다. 한국의 상징을 상품 가치로 내세웠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제작 과정이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이 상품은 2024년 개발을 시작해 여러 차례 수정·보완을 거쳤다. 2025년 11월 디자인을 확정한 뒤 올해 1월 판매를 시작했다. 순간적인 게시물 오류도, 직원 한 명의 단순 실수도 아니다. 1년 넘게 기획과 디자인, 승인, 생산, 유통 단계를 거친 정식 상품이다.

이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개인의 실수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조직의 검수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랜드월드는 검정·회색 제품에서 음영으로 표현한 부분을 흰색 제품에는 뉴발란스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바꾸면서 시각적 오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색상을 바꾼 이유에 대한 설명일 뿐이다. 왜 해당 디자인이 1년 넘는 개발 과정을 통과했는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 브랜드 색상을 국가 상징에 적용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그 결과를 실제 태극기와 대조하고 오해 가능성을 살피는 검수는 부족했다.

태극기 도안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국가 상징을 상품에 썼다면 실제 태극기와 비교하는 것은 기본이다. 태극기로 관심과 구매를 끌어내려 했다면 정확하게 표현할 책임도 져야 한다. 상징성은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오류는 '시각적 오해'로 축소할 수 없다.

사후 대응에서도 기획 의도와 현실의 간극이 드러났다. 이랜드월드는 외국인 환불 방법과 현황을 묻는 질문에 매장 방문, 고객센터 전화, 온라인몰 문의 등을 통해 국적과 관계없이 환불한다고 답했다.

외국어 환불 공지를 냈는지, 이미 출국한 관광객은 어떻게 상품을 반환해야 하는지, 외국인 구매자 가운데 몇 명이 환불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외국인을 겨냥해 만든 상품이지만 사후 대응은 국내 고객을 기준으로 한 일반 절차를 설명하는 데 그쳤다.

판매 중단과 전액 환불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류가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고 누가 최종 승인했는지, 검수 절차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밝혀야 한다.

이랜드가 놓친 것은 태극 문양의 방향만이 아니다.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검수 체계와 외국인 고객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사후 대응까지 함께 놓쳤다. 이는 글로벌 업체로서 자질과 시스템 부재, 문제 인식 논란 등으로 불거질 우려가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