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불닭 신화가 만든 여유"…가격 안올리는 삼양식품 자신감

'불닭 효과'에 가격 인상 대신 해외서 승부보는 삼양식품
1분기 해외 매출 비중만 82%…글로벌 실적이 만든 '가격 방어' 여력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삼양식품의 라면 제품이 진열된 모습. 2026.7.8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버티고 또 버티던 식품업계가 결국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라면·스낵·빵 등 주요 먹거리 가격이 인상이 줄줄이 예고되면서 소비자들 장바구니 부담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흐름 속에서도 삼양식품(003230)은 "현재 국내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원가 부담을 겪고 있는데도 왜 다른 선택을 하는 걸까요.

답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에 있습니다. 해외에서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어 국내 가격 인상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제품 가격을 몇백 원 올리는 것보다 해외 판매를 늘리는 편이 수익성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실제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144억 원, 영업이익 177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각각 35%, 32% 증가한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24.8%로 5개 분기 연속 20%를 웃돌았습니다.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다른 식품업체들과는 확연히 다른 성적표입니다.

이 같은 실적을 이끈 것은 해외 성적표였습니다. 1분기 해외 매출은 5850억 원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했고, 전체 매출의 82%를 차지했습니다. 밀양 2공장 가동으로 생산 능력이 확대된 데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불닭볶음면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고, 우호적인 환율까지 더해지면서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삼양식품은 앞으로도 원가 부담이 생기더라도 추가 가격 인상보다는 생산 효율성 제고와 채널 믹스 개선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보다 생산성을 높이고 해외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사실 삼양식품은 올해 한 차례 가격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소비자 물가 부담을 고려해 지난 4월 삼양라면 오리지널 봉지면과 용기면 가격을 평균 14.6% 인하했습니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으로 확보한 수익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삼양식품 사례는 단순히 가격을 올리지 않은 기업이라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원가 부담이 커져도 이를 소비자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지 않을 여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같은 원가 부담을 겪더라도 기업마다 선택은 달라집니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은 가격을 버틸 여력이 생기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국내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흡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식품업계의 경쟁력은 단순히 제품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해외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이 국내 가격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입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