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홈플러스 회생 조건은 결국 '정상화'

2000억 긴급자금으로 회생 가능성 다시 열어
점포·납품·정산 정상화로 시장 신뢰 회복해야

20일 임시 휴업 중인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2026.7.20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에 나섰다.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하고,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이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홈플러스는 회생 가능성을 다시 판단 받을 기회를 얻은 셈이다.

벼랑 끝에 몰렸던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일단 급한 고비를 넘겼다. 운영자금 부족으로 회생절차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이제 법원에 자금조달의 실현 가능성과 향후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을 다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MBK 측이 보증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대주주가 홈플러스의 존속을 위해 일정한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보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사태를 둘러싸고 대주주 역할론이 제기돼온 상황에서 이번 보증은 회생 가능성을 되살리는 데 중요한 조건이 됐다.

다만 이를 두고 정상화의 해법이 마련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번에 조달되는 2000억 원은 홈플러스를 곧바로 정상기업으로 되돌리는 자금이라기보다 당장의 운영비와 상품대금을 지급하고 멈춰선 영업을 다시 돌리며 법원과 채권자들에게 회생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한 '긴급자금'에 가깝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다시 열어주더라도 현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문을 닫은 점포가 다시 영업을 시작하고 비어 있는 매대에 상품이 채워지며, 납품업체와 입점업체가 안심하고 거래를 재개할 수 있어야 한다. 임직원의 고용 불안도 줄어들어야 한다.

특히 협력업체의 거래 불안과 미정산 문제를 해소하는 일은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존 거래대금과 정산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에서 납품업체들에 다시 상품 공급을 요청하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결제 조건과 구체적인 지급 계획부터 제시해야 한다.

2000억 원을 어디에, 어떤 순서로 사용할지도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점포 재개와 상품 공급, 거래대금 지급, 고용 안정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지에 따라 자금의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을 되살리는 데 이번 보증이 중요한 조건이 된 만큼, MBK도 대주주로서 정상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번 보증을 일회성 조치에 그치게 하지 않고, 영업 정상화와 거래 불안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갈지도 보여줘야 한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다시 열어준다고 해서 홈플러스가 살아난 것은 아니다.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증명할 시간을 얻는 것뿐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2000억 원으로 확보한 시간을 매장 재개와 납품·정산 정상화, 매출과 현금흐름 회복으로 바꿔내는 일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번 자금은 정상화의 전환점이 아니라 위기를 잠시 늦춘 돈으로 남을 수 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