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학계 "쿠팡 과징금 과도…행정처분이 선택적 정의로 전락"

자유기업원·한국NGO연합 "과도한 제체 불확실성 키워…위험한 신호"
학계 "과징금 부과 방식 바람직한지 따져야…제재 수준 편차 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6.6.11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역대 최고 수준인 6246억 8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비례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비판했다.

자유기업원은 11일 논평을 통해 "행정제재는 여론의 강도나 기업 규모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과징금은 유출 건수만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서는 안 되며 유출 정보의 민감도,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 실제 피해와 2차 피해 발생 여부, 사고 인지 및 신고 시점, 사후 대응과 재발 방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와 비례 원칙에 부합하는 제재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자유기업원은 "제재의 목적은 기업을 공개적으로 응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높이고 재발 방지를 유도하는 데 있다"며 "실제 피해와 위반 행위의 성격을 넘어선 과도한 제재는 기업의 보안 투자 확대보다 규제 회피와 법적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과징금 부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전규제 중심의 형식적 통제 실패를 인정하고 사후규제 전환, 국가 차원의 보안 거버넌스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NGO연합도 성명을 내고 "쿠팡에 부과된 6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은 기존의 다른 대형 정보유출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났다"며 "법 앞에 평등해야 할 행정처분이 특정 기업을 향한 '선택적 정의'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쿠팡 때리기의 이면에는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명분 대신 특정 진영의 사상적 편향성이 짙게 깔려 있다"면서 "쿠팡 파트너스와 같은 적법한 제휴 모델까지 불법 정보 수집으로 매도하는 것은 기업의 일상적 경영 활동마저 진영 논리로 범죄화해 쿠팡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복종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한국NGO연합은 "정부의 이러한 초법적인 과징금 폭탄은 단순히 쿠팡 한 곳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모든 국내외 기업들에게 '정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파산 수준의 징벌을 내릴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는 위험한 신호"라며 "이러한 위축된 환경에서 과연 어떤 기업이 대한민국에 투자를 늘리고 혁신을 시도하겠는가"고 되물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쿠팡 및 계열사의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 제재처부 의결 발표를 하고 있다. 2026.6.11 ⓒ 뉴스1 김명섭 기자

학계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얻은 부당이득이나 실제 피해와 관계없이 매출 규모에 비례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할수록 규제 리스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로 받아들일 수 있고, 이는 결국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키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규제의 목적은 처벌 자체가 아니라 공정하고 일관된 기준을 통해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데 있다"며 "위반의 성격과 실제 피해가 유사한 사안들 사이에서 제재 수준의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면, 법 집행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제재 수위는 기업 규모 자체보다 해당 정보의 민감성, 실제 피해 수준, 사고 이후의 대응과 피해 확산 방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