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급이냐"…1만3000원 최저임금 요구에 편의점 점주들 '발끈'

전년 대비 26.6% 오른 수준…"알바 못 쓰고 점주가 일해야"
편의점 무인화·쪼개기 알바 양산 우려…"도보권 일자리 증발"

서울 도심의 한 편의점을 찾은 시민이 삼각김밥 등 간편식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앞두고 노동계에서 파격적인 인상안을 제시하자 편의점 점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인상에 고용 축소와 무인화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제4차 전원회의를 진행한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3070원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시간당 1만320원보다 26.6% 오른 액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를 통해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7년 적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시간당 1만2000원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62.3%를 차지하기도 했다.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3070원 요구에 편의점 점주들 "알바 못 쓰고 내가 일해야"

이같은 상황에 편의점 점주들은 화들짝 놀란 분위기다. 편의점 점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저임금이 무슨 삼성전자 성과급이냐" "최저임금이 1만2000원 이상 오르면 알바 못 쓰고 내가 들어가서 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점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포함해 노동계 요구안을 보면 실질 시급은 1만50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

통상 편의점의 인건비 비중은 매출의 40% 수준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매출 대비 순수익률이 3~5% 안팎에 불과한 편의점 수익 구조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 4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월드IT쇼'(WIS 2026)를 찾은 관람객들이 롯데이노베이트 부스에서 AI 로봇이 운영하는 편의점을 살펴보고 있다. 2026.4.22 ⓒ 뉴스1 오대일 기자
나홀로 사장님 74.5%…"최저임금 인상, 자동화·무인화 앞당겨"

지난해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19만명으로 전년(423만명)보다 줄었지만, 전체 자영업자 중 비중은 74.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을 두지 못하고 혼자 가게를 꾸리는 영세 자영업자가 대다수라는 의미다.

또 다른 점주는 "최저임금 인상은 자동화·무인화 시대를 앞당길 뿐"이라고도 했다. 심야 할증 부담을 줄이는 하이브리드 점포로 전환하거나 아예 밤에 문을 닫는 매장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쪼개서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초단시간 근로자) 양산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초단시간 근로자 비율은 2012년 3.7%에서 2024년 기준 8.5%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휴수당을 회피하기 위해 고용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쪼개는 형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현장의 매출 구조와 실질적인 인건비 비중을 반영한 현실적인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도보권 일자리 자체가 증발하는 고용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