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닭 며느리서 삼양식품 회장님으로…김정수 "인생 맵다" 눈물
내달 취임 앞두고 유튜브 출연…30년 위킹맘·경영자의 삶 고백
시부 그리움, 우지라면 아픔 떠올리며 눈시울…자녀들엔 "미안"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붉닭볶음면 신화의 주역 김정수 삼양식품(003230) 부회장이 자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영자이자 며느리, 워킹맘으로서 걸어온 삶의 궤적을 고백했다. 내달 1일 회장 취임을 앞둔 김 부회장이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10여년 만이다.
삼양식품은 이날 오전 김 부회장이 직접 출연한 쇼츠 영상 두 편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각 영상은 3분과 2분 20초 분량으로 지난해 11월 출시된 '삼양 1963'을 중심으로 삼양식품의 굴곡진 과거와 현재, 미래를 문답 형식으로 풀어냈다.
1편에서 김 부회장은 직접 '삼양1963'을 시식하며 삼양식품의 창업주이자 시아버지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 내외를 향한 깊은 그리움과 회사의 성장 과정에 대한 소회를 담담한 어조로 털어놓았다.
평소에 일하면서도 라면을 즐겨 먹는다는 김 부회장은 "라면이 질릴 수 있는 음식이 아니잖아요. 냄새만 맡으면 먹고 싶어지는 마성의 제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불닭볶음면'의 성공 배경에 대해서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며 "아무도 이 정도로 매운 걸 안 만드니까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고 한 것일 뿐 대박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명예회장님이 2014년에 돌아가셨는데 그때부터 불닭이 잘 되면서 삼양이 승승장구했다"며 "전 세계가 열광하는 걸 못 보시고 돌아가셔서 그게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라고 말하며 짙은 그리움을 표했다.
특히 1989년 우지 파동의 아픔을 간직한 삼양 1963에 대해 각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부회장은 "우지로 만든 제품이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도 됐지만 맛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고 밝히며 가장 라면을 끓여드리고 싶은 사람으로 주저 없이 "어머님과 아버님"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우지라면에 대해 항상 가슴 아파하시고 아쉬워하셨다"며 "제가 끓인, 우리 임직원들이 만든 라면이니까 편안하게 드시라"고 덧붙이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휴지로 닦아내며 "라면이 빈속을 채우듯이 빈 마음을 채워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며 여운을 남겼다.
2편에서 김 부회장은 글로벌 식품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의 이면에 숨겨진 '워킹맘'으로서의 고충과 자녀들에 빚진 마음을 드러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입사해 2028년이면 근속 30년을 앞둔 김 부회장은 '부회장'이라는 호칭에 대해 "너무 익숙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아줌마라는 이름보다 직책이 익숙해진 지가 오래된 것 같다"고 삼양식품과 함께한 시간을 회상했다.
동시에 회사 일에 매진하느라 자녀들에게 온전한 시간을 쏟지 못한 회한도 여실히 드러냈다.
김 부회장은 "아이들은 정말로 정성을 다해서 키워야 하는데 애들도 회사 일처럼 하나의 과제였다"며 "회사 일처럼 안 하면 안 된다는 사명감과 내 자식을 내가 안 키우면 누가 키우냐는 생각에 의무를 다한다는 마음으로 키웠던 것 같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애들이 크고 나니까 순간순간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된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간을 돌린다면 자녀들과 무엇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아빠랑 자전거 타는 거나, 아이를 맡기고 나온 시간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며 "애틋하고 소소한 시간이 아쉽다"고 답하며 자녀들을 향해 "아들, 딸 고마워. 미안해"라는 짧고 묵직한 진심을 전했다.
김 부회장의 장남은 1994년생으로 2019년 삼양식품에 입사한 전병우 전무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SCO) 겸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신사업과 미래전략 수립을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을 직접 이끌며 삼양식품의 국내외 성장을 진두지휘해온 주역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섰으며, 미국·중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산 인프라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강화, 그리고 소스·스낵·HMR(가정간편식)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김 부회장은 영상 말미에 삼양 1963을 국물째 들이키며 "우지로 만든 라면이 너무 맛있어서 이번에 용기면(컵라면)이 출시됐는데 기대해 달라"고 당부하며 환하게 웃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 1963을 매개체로 삼양식품이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담아내기 위해 이번 영상을 제작했다"며 "김정수 부회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들과 보다 깊이 있는 공감과 소통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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