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8일 만에 직접 사과한 정용진 회장…진정성 통하려면

직접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국민 여론 달래기엔 역부족
말뿐인 사과는 공허…뿌리 깊은 불신을 행동으로 해소해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6.5.26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에 머리를 숙여 직접 사과했다. 사건이 발생 8일 만이다.

약 4분 동안 사과문을 읽은 그는 "모든 게 제 책임이자 잘못"이라며 "향후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신세계그룹에서 밝힌 진상조사 결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표까지 이르는 결재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고, 논란의 문구 '책상에 탁'이 들어간 마케팅 디자인 시안은 임원 및 경영진 보고 없이 관행적으로 통과가 됐다.

신세계그룹은 휴대전화를 제출받지 못하는 한계 등으로 인해 "고의성의 근거를 찾진 못했다"면서 추후 경찰조사에서 이 사실이 밝혀지면 해고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의 사과와 진상조사 결과는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자체적으로 빠르게 파악하고 그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한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부사장은 "실무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서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 특히 5·18민주화 운동 유가족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인상을 지울 순 없었다.

이번 사태는 스타벅스코리아와 그 직원들만의 과실이 아닌, 국민의 역사적 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케팅에만 급급했던 그룹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이미 과거 정 회장의 '멸공' 표현까지 언급되면서 편향된 이념을 갖고 있다는 불신의 뿌리가 깊이 박힌 상태다. 그저 직원들에 대한 감사 내용과 결재 과정을 자세히 밝히고 그들에 대한 '처벌'을 운운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적 오해를 풀기에 모자람이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밑바닥부터 신뢰를 쌓아 올리겠다"고 했지만, 신뢰는 말이 아닌 즉각적인 행동에서 싹튼다.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선 정 회장이 대표로 나서 피해 지역인 광주를 찾아가 사죄하거나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한 그룹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말뿐인 사과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