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사태'에 고개 숙인 정용진…'사과문의 정석' 이재용처럼 풀릴까
이재용, 메르스 사태에 구체적 해결책 제시…삼성전자 파업도 막아내
사과 후 경영권 분쟁 벌인 남양유업…재발 방지 대책 구체성 필요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직접 머리 숙여 사과했다.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두차례 사과문까지 게재했지만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논란에 그룹 오너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재계에선 기업 내 대형 악재로 오너가 고개를 숙인 사례는 드물지 않다. 다만 사과 이후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성공 사례가 있는 반면, 사과 이후에도 논란이 장기화한 사례도 적지 않다. 정 회장의 정면 돌파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오너 일가의 사과가 사태 수습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대표 사례로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사례가 꼽힌다.
2015년 6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자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 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의 사과는 유감 표명을 넘어 환자 치료에 대한 책임, 응급실 과밀화 개선, 감염병 연구 지원 등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고, 악화하던 여론을 반전시켰다. 일각에서는 당시 이 회장의 사과문을 '사과문의 정석'으로 꼽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파업 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에서도 해외 출장에서 급거 귀국해 머리를 숙였다. 이 회장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서자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도 집중 교섭이 재개되면서 최종 타결을 이뤄냈다.
반면 오너의 사과가 무색하게 논란이 장기화한 사례도 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003920) 회장은 2021년 코로나19 당시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에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눈물까지 흘리며 회장직 사퇴, 자녀 승계 포기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후 행보가 문제였다. 사태 수습을 위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홍 회장은 일방적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한앤코와 장기간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2021년 시작된 분쟁은 2024년 초 대법원이 한앤코 손을 들어주면서 끝이 났다. 그러나 2020년부터 적자 상태였던 남양유업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2023년까지 누적 적자만 3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실적 악화를 겪었다. 이후 한앤코가 경영을 맡게 되면서 2025년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는 물론, 구체적인 후속 행동이 뒷받침돼야 소비자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사과문에서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했지만, 핵심 의혹인 담당 직원의 '고의성' 여부는 판단을 유보했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부족함을 시인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재발 방지를 이룰지 대책의 구체성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직원이 휴대폰 제출 거부를 하는 등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라며 "총수의 사과로 사태가 봉합될지, 논란이 장기화할지는 소비자 여론과 경찰 조사 등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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