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흰우유 소비 줄었는데…바뀌지 않는 원유 쿼터제
원유값 안 올라도 웃지 못하는 유업계…핵심은 물량 협상
흰우유 소비 40년 만에 최저…음용유 대신 가공유 비중 확대해야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올해도 원유 가격 협상은 열리지 않는다. 생산비 변동률이 협상 개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원유 가격은 사실상 3년 연속 동결 수순을 밟게 됐다. 겉으로만 보면 유업계 부담이 한숨 덜어진 듯 보인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오히려 무겁다. 업계가 진짜 우려하는 건 가격이 아니라 '물량'이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유 제도는 여전히 흰우유 소비가 많던 시절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 현재 전체 원유 쿼터의 88.5%는 시유·멸균유·발효유·컵커피용 유음료 등에 사용되는 음용유에 배정돼 있다. 반면 치즈·분유·아이스크림 등에 활용되는 가공유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시장이 이미 달라졌다는 점이다. 흰우유 소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4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럼에도 음용유 중심 물량 체계는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결국 남는 원유 부담이 유업체들로 향하는 구조다.
남는 원유는 단순 재고 문제가 아니다. 유업계 입장에서는 보관 비용은 물론 분유 전환 과정에서 추가 비용 부담까지 발생한다. 그렇다고 가공식품이나 B2B 시장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기도 쉽지 않다. 국내 원유 가격 자체가 해외 대비 높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업계가 더 주목하는 건 가격이 아니라 '물량 협상'이다. 다음 달부터 음용유·가공유 비중 조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유업계는 변화한 소비 흐름에 맞춰 음용유 쿼터를 줄이고 가공유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낙농가는 생산 기반 유지와 소득 감소 우려 등을 이유로 물량 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과거 기준의 생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 남는 원유를 계속 떠안는 것 역시 결국 비효율과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일이다.
시장은 이미 달라졌는데 제도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잉여 원유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가격 동결이 아니라 변화한 소비 구조에 맞춰 원유 수급 체계를 재조정하는 일이다. 변화한 소비 흐름을 현재 원유 제도가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이번 물량 협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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