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뷰티 공백 데이터로 봤다"…에이블리가 PB 만든 이유 [인터뷰]

강임규 에이블리 뷰티PB 본부장 인터뷰
“데이터가 기획서 됐다…잘파 피부 고민·구매력·사용 패턴 반영”

강임규 에이블리(ABLY) 뷰티PB 본부장(에이블리 제공) ⓒ 뉴스1 최소망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잘파세대(Zalpha)는 돈이 없지, '폼'이 없는 게 아닙니다.”

강임규 에이블리(ABLY) 뷰티PB 본부장은 30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자체 뷰티 브랜드 '바이블리'를 선보인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10대와 20대 초반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지만, 품질과 디자인·취향까지 포기하는 세대는 아니라는 의미다.

에이블리는 그동안 1020 여성 고객이 모이는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뷰티에서는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단순 입점 확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시장의 공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강 본부장은 이러한 상황을 '풍요 속에 빈곤'이라 표현하며 "패션 플랫폼은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비교적 잘 커버하지만, 뷰티나 라이프 카테고리는 구매력이 높은 3040을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며 "1020 고객은 뷰티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 안에서도 정작 자신을 위해 설계된 제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뷰 수백만 건 분석…직관을 데이터로 검증"

바이블리의 첫 제품 라인업은 △달쿠션 △쿠션리필샷 △3.3마스카라다. 에이블리는 이들 제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안에 쌓인 고객 데이터를 활용했다. 강 본부장은 "에이블리 앱에는 고객이 자신의 피부 유형을 선택하는 기능이 있고, 이를 통해 주 고객층의 피부 고민을 파악할 수 있다"며 "여기에 수백만 건의 리뷰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리뷰 분석에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도 활용했다. 분석 결과 건성 피부 대비 지성 피부 고객의 불만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존 뷰티 시장이 상대적으로 3040과 건성 피부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지성 피부 고민이 많은 1020 고객의 니즈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이어졌고, 이를 '달쿠션'에 적용했다.

그는 "직관으로 판단한 부분을 데이터로 검증해 나가는 구조가 에이블리에는 있다"며 "1020의 피부 고민과 니즈를 확인하고, 리뷰 속 갈증을 정량화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쿠션리필샷은 쿠션 비용 구조를 들여다보며 기획했다. 강 본부장은 "쿠션 가격이 100이라면 원가는 30 정도이고, 그중 용기 비용이 15~20을 차지한다"며 "내용물만 따로 제공하면 훨씬 합리적인 가격이 가능하겠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쿠션리필샷은 파운데이션 용액이 담긴 주사기 형태의 주입 용기와 함침 스펀지로 구성돼 기존 쿠션의 스펀지를 제거한 뒤 파운데이션 용액을 채워 새 스펀지를 장착하는 형태다. 내용물만 보충해 케이스를 재사용할 수 있어 반복 구매에 따른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다.

강 본부장은 "좋은 것은 갖고 싶은데 용돈은 부족한 친구들에게 딱 맞는 제품"이라며 "지금까지 1020의 이런 고민까지 신경 써주는 브랜드는 많지 않았다"라고 했다.

바이블리 쿠션리필샷 제품 사진(에이블리 제공)

강 본부장은 "달쿠션은 잘파세대의 피부 고민에, 쿠션리필샷은 구매력에, 3.3마스카라는 실사용 패턴에 답하는 제품"이라며 "가격대와 제형, 패키징 모두 잘파세대를 기준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블리가 단순한 저가 브랜드로 보이는 것은 경계했다. 강 본부장은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품질과 디자인에서 납득이 가는 브랜드를 지향한다"며 "잘파세대는 가격에 민감하지만 좋은 것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도 강하다"고 말했다.

"원가에 두 배 더 쓸 수 있는 것…바이블리가 패션과 뷰티 사이 운하 역할"

에이블리가 강조하는 바이블리의 경쟁력은 가격 자체가 아니라 가격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강 본부장은 "에이블리에는 이미 고객이 모여 있어 다른 브랜드사만큼 마케팅에 비용을 쓸 필요가 없다"며 "오프라인 채널 대비 고정비가 낮고, 확장에 드는 추가 비용도 적다"고 설명했다.

이 차이는 원가 투자 여력으로 이어진다. 같은 가격에 팔더라도 제품 원가에 더 큰 비용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본부장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원가 2000원짜리를 1만원에 팔아야 남는다면, 에이블리는 5000원에 팔아도 같은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반대로 같은 1만 원짜리 제품이라면 기존 브랜드가 원가를 2000원으로 맞춰야 할 때 우리는 4000~5000원을 투자할 수 있어 원가에 두 배의 돈을 더 쓸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바이블리의 다음 과제는 패션과 뷰티의 연결이다. 에이블리의 핵심이 패션인 만큼, 바이블리는 패션 플랫폼의 힘을 뷰티로 확장하는 교두보가 돼야 한다는 구상이다.

강 본부장은 "각 패션 쇼핑몰에는 시크, 모던, 힙 같은 저마다의 추구미에 맞는 색조를 바이블리가 만들고, 패션 셀러와 함께 연계해 판매하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이를 '운하'에 비유했다. 그는 "바다와 바다 사이에 대륙이 있으면 갈 수 없지만, 운하를 하나 뚫으면 연결된다"며 "PB가 패션과 뷰티 사이에서 그 운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바이블리는 에이블리가 가진 패션의 힘을 뷰티로 확장하는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