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데 효과 있네"…K-뷰티, 더마화장품으로 글로벌 공략

올리브영 더마 외국인 매출 90% 안팎 성장…글로벌몰도 연평균 100% 증가
닥터지 인수·에스트라 세포라 진출…K-더마 브랜드 해외 접점 확대

세포라 독일 퀼른 매장 전경 이미지(아모레퍼시픽 제공)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피부장벽, 저자극, 세라마이드,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최근 K-뷰티 시장에서 자주 눈에 띄는 키워드들이다. 색조와 립 등 트렌드 제품으로 존재감을 키워온 K-뷰티가 이제는 더마화장품을 앞세워 기능성 스킨케어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을 좇는 데서 나아가 피부 고민 해결에 초점을 맞춘 제품군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더마화장품은 피부를 뜻하는 '더마'(derma)에서 나온 표현으로, 피부과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민감성 피부 진정과 보습, 피부장벽 케어 등을 강조한 제품군이다. 최근에는 △PDRN △엑소좀 △콜라겐 △세라마이드 등 병원이나 피부과를 떠올리게 하는 성분들이 일반 화장품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K-뷰티가 색조 중심에서 성분과 효능 중심의 스킨케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흐름으로도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외국인 소비자 수요에서도 확인된다.

3일 CJ올리브영(340460)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더마 카테고리의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90% 안팎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외 고객 대상 글로벌몰에서도 더마 제품 매출은 연평균 100% 성장했다.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이 색조 제품을 넘어 민감 피부, 피부장벽, 진정·보습 등 보다 구체적인 피부 고민을 겨냥한 기능성 스킨케어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에스트라 세포라 진출…K-더마 브랜드 해외 접점 확대

국내 화장품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지난해 7월 조직개편을 통해 '더마뷰티 유닛'을 신설했고, LG생활건강도 지난해 12월 '더마&컨템포러리뷰티' 부서를 만들었다. 더마화장품이 단기 유행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카테고리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 계열 에스트라는 해외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스트라는 2025년 2월 미국 세포라 441개 매장에 입점한 뒤 1년 만에 현지 1492개 매장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2026년 2월에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17개국 680여 개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에도 순차 입점하며 해외 접점을 넓혔다.

대표 제품인 아토베리어365 크림은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 개를 넘어섰고, 2026년 1월 기준 미국 세포라 크림 카테고리 매출 상위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진정 솔루션 중심의 '에이시카365 라인'도 추가로 선보이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피부장벽·보습 중심의 대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LG생활건강은 CNP와 피지오겔을 중심으로 해외 더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CNP는 지난 2월 미국 얼타뷰티 온·오프라인 채널에 입점했고, 'CNP 프로폴리스 립세린' 6종은 오프라인 1400여 개 매장에 들어갔다. 중국에서는 피지오겔을 중심으로 티몰 직영몰과 인플루언서 협업을 강화하고, 일본에서는 CNP의 NMN·트라넥삼산 성분 제품을 큐텐과 현지 협업 상품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국가별 시장 특성에 맞춰 전략을 세분화하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LG생활건강의 CNP 더마앤서 액티브 부스트 PDRN 앰플(LG생활건강 제공)

세계 시장에서 K-더마 브랜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로레알그룹은 2024년 12월 고운세상코스메틱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피부과 전문의가 설립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를 보유하고 있다. 로레알은 닥터지가 과학적으로 개발된 합리적 가격대의 스킨케어 솔루션 수요에 대응할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뷰티 기업이 K-더마 브랜드를 직접 품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성분 중심'의 인디 K-뷰티 브랜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긴 브랜드에는 닥터지·달바·라운드랩·메디힐·클리오·토리든 등이 이름을 올렸다. 토리든은 저분자 히알루론산, 라운드랩은 독도 라인 등 성분·저자극·보습 이미지를 앞세워 기능성 스킨케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대형사뿐 아니라 인디 브랜드까지 더마 흐름에 올라타면서 시장 저변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민감성 피부 증가,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 확대와 홈케어 트렌드 확산 등을 더마화장품 성장 배경으로 꼽는다. 다만 시장이 커질수록 효능과 안전성, 임상 근거를 둘러싼 검증 요구도 함께 높아질 전망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국가별 화장품 규제와 기능성 표현 기준이 다른 만큼 브랜드별 대응 역량도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K-뷰티를 단순히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화장품이 아니라 피부 고민을 겨냥한 스킨케어 솔루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성분 신뢰도와 임상 근거를 갖춘 더마화장품은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넓혀갈 핵심 카테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