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리도, 파도소리도 읽었다"…롯데시네마 'AI 자막안경' 상영회[르포]

청각장애인 80명 초청 '광음시네마×AI 자막안경' 특별상영
농아인들 "1회성 되지 않도록 정부 지원 필요"

롯데컬처웍스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롯데시네마 도곡에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청각장애인 약 80명을 초청해 '광음시네마×인공지능(AI) 자막안경' 특별상영회를 개최했다.ⓒ 뉴스1 최소망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농아인들도 특별한 날 말고 평소에도 집 가까운 곳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영화를 즐기러 갈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롯데시네마에서 만난 농아인 이혜경 씨(52)가 수어를 통해 전한 말 중 일부)

롯데컬처웍스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롯데시네마 도곡에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청각장애인 약 80명을 초청해 '광음시네마×인공지능(AI) 자막안경' 특별상영회를 개최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극장 안에서는 작은 기대와 조심스러운 설렘이 엿보였다. AI 자막안경을 받아 든 참석자들은 안내에 따라 기기를 착용하고 각자 지급받은 휴대전화와 연결 상태를 확인했다.

눈앞에 뜨는 자막 위치를 맞춰보는 손길은 낯설었지만 진지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안경과 휴대전화 연결을 다시 점검했고, 객석 곳곳에서는 상영 전 준비가 조용히 이어졌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한산: 용의 출현'이었다. 상영이 시작된 뒤 기자가 직접 AI 자막안경을 착용해 보니, 자막은 단순히 등장인물의 대사만 전달하지 않았다. "콰콰광", "여기저기 비명소리", "탕탕탕 총 쏘는 소리", "파도소리" 같은 효과음 설명과 함께 "긴장감 있고 긴박한 음악", "스산한 음악" 등 배경음의 분위기를 전하는 문구도 함께 떴다.

청각 정보가 대사에 국한되지 않고 장면의 정서와 리듬까지 자막화된 셈이다. 특히 바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특성상, 이런 정보는 농아인 관객에게 전투 장면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보다 선명하게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였다.

롯데컬처웍스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롯데시네마 도곡에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청각장애인 약 80명을 초청해 '광음시네마×인공지능(AI) 자막안경' 특별상영회를 개최했다.ⓒ 뉴스1 최소망
"일회성 행사 아닌 일상적 관람 환경 필요"…정부 지원 적극 요구

상영회가 열린 광음시네마의 특성도 이날 행사 의미를 키웠다. 광음시네마는 일반 상영관보다 사운드의 울림과 진동, 현장감을 강화한 특별관이다. 청각장애인이나 농아인 관객에게는 소리를 완전히 듣지 못하더라도 장면의 긴장감과 에너지를 몸으로 더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가 '장애인의 날'에 맞춘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환 서울시농아인협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일회성 장애인의 날 행사로 끝나지 않고 1년 내내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하고 문화관광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마련되도록 정부가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AI 자막안경 도입에는 비용과 운영 부담이 따르는 만큼, 단순한 민간의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보편적 관람 환경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롯데컬처웍스는 현재 AI 자막안경을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씨어터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아직 일반 영화관에는 정식 도입되지 않았다.

김재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미디어산업실장은 이날 축사에서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고 모두가 같은 관람 환경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문화 접근성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롯데컬처웍스는 현재 AI 자막안경을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씨어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청각장애인과 외국인 관객을 중심으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지만, 일반 영화관에는 아직 정식 도입되지 않았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와 김종열 롯데컬처웍스 대표가 20일 '브릿지온 파트너스' 인증 위촉식을 갖고 있다. ⓒ 뉴스1 최소망

롯데컬처웍스는 이번 상영회 이후 청각장애인 관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종열 롯데컬처웍스 대표이사는 행사 후 기자와 만나 농아인을 위한 AI 자막안경 확대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제 첫 시작이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롯데컬처웍스는 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모든 관객에게 삶의 주인이 되는 영화관람 문화를 선도하겠다"며 "이러한 민간의 혁신적인 시도가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정부도 정책적으로 보탬이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밀알복지재단과 롯데컬처웍스 간 '브릿지온 파트너스' 인증 위촉식도 함께 진행됐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