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마당의 해결사를 응원해야 할 이유

경나경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경나경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최근 한국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해외 상장 시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2024년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다 중단한 뒤, 올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다. 한국 본사를 유지한 채 ADR(주식예탁증서) 방식으로 미국 증시에 진입하는 구조다. 컬리 역시 미국 법인 소재지를 기업공개에 유리한 미국 델라웨어에 두면서 현지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소식이 나올 때마다 따라붙는 우려가 있다. "좋은 기업이 한국을 떠난다"는 시선이다. 그러나 한 걸음 떨어져 보면, 이를 단순히 한국 시장 이탈로만 보는 시각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본시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의 PER(주가이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각각 15.81과 1.15 수준으로 낮지만, 미국 S&P 500은 PER 28.58, PBR 5.26으로 훨씬 높다. PER은 기업의 성장 기대치를, PBR은 무형자산과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 즉, 해외 시장은 현재보다 미래 성장과 기술 잠재력을 더 크게 평가한다.

글로벌 혁신 기업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또한, 2025년 국내 벤처투자가 13조6000억 원인 반면 미국은 약 480조 원으로 35배 차이가 나, 시장의 깊이와 자본의 규모에서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미래를 더 믿어주고,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빠른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시장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해외 상장과 인수를 단순히 '한국 시장 이탈'로만 보는 시각은 현상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다. 기업의 정체성은 단순히 상장 국가나 자본의 국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핵심은 이 기업의 뿌리가 어느 땅의 문제를 해결하며 얼마나 깊게 박혀 있는가에 달린 것이다.

이미 시장에는 글로벌 자본을 활용하면서도 지역 사회와의 밀착을 통해 우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빚어내고 있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우아한형제들은 글로벌 자본에 편입된 이후에도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라이더 안전망 구축에 지속 투자하며 국내 배달 산업 생태계의 온도를 높이는 시도를 이어왔다. 우리의 소상공인과 라이더와 함께 호흡하며 배달 산업의 문제를 해결해 온 기업을 외국 기업으로 단정할 수 있을 것인가. 더존비즈온 역시 외국계 자본 편입 이후에도 한국 중소기업에 특화된 설루션을 제공하며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공언한다.

자본의 과실은 밖으로 향할 수 있어도, 기업이 우리 땅에 단단히 내린 뿌리와 그들이 구축한 혁신의 인프라는 고스란히 국내에 남는다. 이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못지않은 고용, 세수를 창출해 내는 것은 물론, 국내 산업의 혁신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 산업과 밀착해 효용을 만들어내는지가 기업의 진짜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자본 활용을 단순히 '배신'으로 보는 시각은 재고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자본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일은 기업의 배신이 아니라 진화다. 국적표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진화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느냐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이 기업이 한국의 문제를 풀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안마당의 해결사'로 기능하고 있는가. 우리 안마당을 더 비옥하게 만드는 밀착형 혁신 기업이라면, 그 기업은 충분히 우리 기업이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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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