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카피' 첫 구속…블루엘리펀트·젠틀몬스터 분쟁, 패션업계 흔든다

지재처, 미등록 디자인 모방 첫 형사처벌…'복제 관행'에 제동
73만여개 수입·판매, 99% 일치 '데드카피' 판단…브랜드 권리화

지식재산처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는 타인의 상품형태를 베낀 상품을 수입·판매한 법인 대표 등 3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지식재산처 제공.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지식재산처가 젠틀몬스터 제품 형태를 모방한 혐의로 블루엘리펀트 대표를 구속기소 하면서 패션·아이웨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디자인권이 등록되지 않은 상품이라도 실질적 모방으로 판단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로 의미가 있다.

지식재산처와 대전지검에 따르면 블루엘리펀트 대표 등은 젠틀몬스터 인기 상품을 촬영해 해외 제조업체에 보내는 방식으로 만든 모방상품 51종을 2023년 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매 물량은 약 32만1000점, 판매가 기준 123억 원 규모다. 2023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는 44종, 약 41만3000점을 수입한 혐의도 받는다. 수사당국은 수입·판매 규모를 합산해 총 73만여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찍어 생산지시서로…99% 일치한 '데드카피'

기소 대상은 블루엘리펀트사의 대표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전 대표는 구속기소 됐고, 직원과 법인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당국은 블루엘리펀트에 별도 디자인 개발 인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지재처에 따르면 블루엘리펀트는 피해사 제품 사진 위에 자체 로고를 합성하고 색상·수량만 적은 단순한 생산지시서를 만들어 해외 제조업체에 전달했다. 정상적인 생산지시서에 포함되는 설계도면, 렌더링, 세부 치수 없이 피해 제품 사진을 사실상 설계서처럼 사용한 셈이다. 모방품은 해외에서 제조돼 국내로 수입·판매됐고, 일부는 해외로도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모방 정도도 높았다. 모방상품 51종 중 29종은 3D 스캐닝 선도면 비교 결과 오차범위 1㎜ 이내로 일치하는 선이 95% 이상이었다. 이 중 18종은 99% 이상의 일치율을 보였다. 업계에서 이번 사건을 '디자인 데드카피'로 보는 이유다.

다만 외형이 같다고 모든 부분이 동일한 것은 아니었다. 외형은 유사했지만 소재와 생산 공정, 품질관리 수준에는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모방품은 정품 대비 약 6분의 1 수준 가격에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루엘리펀트 제공
미등록 디자인도 처벌…패션업계 회색지대 흔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패션업계의 오랜 '회색지대'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상표권 침해나 위조 상품 단속과 달리, 디자인권이 등록되지 않은 상품 외형은 대응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패션·아이웨어 산업은 유행 주기가 짧고 제품 교체가 빨라 모든 디자인을 제때 등록하기 어렵다. 실제 지재처도 이번 피해 상품 51종이 모두 디자인 미등록 상태였다고 밝혔다.

아이웨어는 특히 외형 경쟁력이 큰 품목이다. 선글라스와 안경은 로고보다 프레임 실루엣, 렌즈 비율, 다리 곡선, 전면부 디테일이 상품 정체성을 좌우한다. 상표를 제거하거나 바꿔도 외형이 비슷하면 소비자 인식과 브랜드 프리미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기업이 브랜드 가치 훼손과 매출 감소 등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아울러 생산·유통 구조도 복제를 쉽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업계는 ODM과 해외 위탁생산이 보편화돼 샘플 확보와 역설계, 단기 양산이 빠르다. 사진만으로 유사품을 만드는 공급망도 낯설지 않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과 오픈마켓이 즉시 판매 창구 역할을 하면서 창작보다 복제가 더 빠르고 저렴한 구조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법적 의미도 작지 않다. 지재처는 2017년 법 개정으로 등록받지 않은 디자인이라도 상품 형태를 무단으로 모방해 판매·수입하면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보호 범위를 넓혔다. 미등록 디자인은 완성 후 3년 내에서만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보호받지만, 등록 디자인권은 최대 20년 보호된다. 이번 사건은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에서도 3년 내 미등록 디자인에 대한 법적 보호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젠틀몬스터. (롯데물산 제공) 2021.8.25 ⓒ 뉴스1
형사처벌 문 열렸지만…업계 대응은 이제부터

이번 사건 입증에 3D 스캐닝을 통한 외형 유사성 객관화, 피해 디자인이 동종 업계의 통상적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입증,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생산지시서가 모두 중요했다고 지재처는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례를 모든 유사 디자인 분쟁의 형사사건화로 확대 해석하긴 어렵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 형태 모방은 동종 상품의 통상적 형태이거나, 완성 후 3년이 지난 경우에는 적용 예외가 있다. 핵심은 독창성이 있는 상품 형태인지, 통상적 범위를 넘는 실질적 모방인지 여부다.

업계 실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브랜드들은 히트 가능성이 높은 모델부터 디자인 등록 우선순위를 다시 짤 필요가 커졌다. 등록이 늦어지더라도 스케치, 시제품 완성일, 수정 이력, 생산 발주 기록 등 창작과 출시 과정을 입증할 자료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이에 중소 패션기업과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디자인 등록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도 악의적 복제에 대응할 길이 열렸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분쟁에 들어가면 증거 확보와 소송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클 수 있다.

이날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례가 디자인 창작과 공정 경쟁 환경을 보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블루엘리펀트 측은 "당사는 안경이 인체공학 구조상 유사한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특수성이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판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아이웨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로고만 다르면 외형이 비슷해도 대응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브랜드들은 디자인 등록과 증거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고, 플랫폼들도 유사품 관리 기준을 한층 엄격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