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잡기 동참했지만…식품업계 '가격 인하 딜레마'

정부 물가 안정 기조 속 가격 인하 확산…라면·제과·베이커리 업계 동참
원재료 일부 하락에도 원가 부담 여전…이란발 변수에 유가·환율 흔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2026.3.13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식품업계가 잇따라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수익성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밀가루·설탕 등 일부 원재료 가격 하락이 가격 조정의 배경으로 꼽히지만 포장재·물류비·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발 지정학적 긴장이 불거지며 환율과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하가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밀가루·설탕 가격 내려도 원가 부담 여전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제과·베이커리 업계를 중심으로 제품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가격 조정에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밀가루·설탕·식용유 등 일부 원재료 가격 하락도 가격 인하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포장재·물류비·인건비 등을 포함한 전체 원가 구조를 고려하면 가격을 낮출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미 가격을 낮춘 기업들도 수익성 부담을 일정 부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 가격은 원재료뿐 아니라 포장재·물류비·인건비·에너지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최근 몇 년간 인건비와 물류비가 꾸준히 상승한 데다 에너지 비용과 포장재 가격 역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단순한 원재료 가격 하락만으로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석유 기반 포장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유가 급등에 3% 하락 개장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취재진들이 개장 시황을 취재하고 있다. 2026.3.13 ⓒ 뉴스1 김민지 기자
이란발 지정학 변수에 유가·환율 흔들

실제 식품업계에서는 일부 원재료 가격 하락을 반영한 제품 가격 인하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 수입 원료와 물류비 등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자재 가격과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품목은 과자·라면·빵 등 가공식품의 튀김유로 널리 쓰이는 핵심 원료인 팜유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13일 기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거래소에서 팜유 선물 가격은 톤당 4599링깃에 거래됐다.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25일(4006링깃)과 비교해 약 14.8% 상승한 수준이다.

포장재와 물류비 부담 역시 변수로 꼽힌다. 과자와 라면 포장에 쓰이는 폴리에틸렌 등 플라스틱 소재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국제 유가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포장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유가 상승 시 운송비와 배송비 등 물류비 전반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환율 변동성도 식품업계 원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변수다. 밀·옥수수·팜유 등 주요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원가 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격을 인하를 단행한 식품 기업들은 일정 부분 수익성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가격을 조정하지 않은 업체들도 원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인하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