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쿠팡, '한미 중재자' 등판할까

'쿠팡 향한 과한 압박' 보는 USTR…보복관세 지렛대될까 우려
'탈팡' 효과에 주저앉은 4Q…트럼프 '복심' 내세워 해결사 자임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조사 절차를 공식 개시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통상 파고가 예고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쿠팡이 한미 양국의 통상 마찰을 완화할 '가교' 역할을 해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2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16개 경제 주체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대체할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USTR에 조사 청원했던 쿠팡 투자사…로저스 대표 소환해 의견 청취도

USTR의 무역법 301조 조사가 국내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쿠팡 때문이다. USTR은 우리나라의 망 사용료 문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과 함께 쿠팡에 대한 과도한 압박도 규제라고 보고 있다.

이번 조사를 앞두고 미국의 쿠팡 투자사들도 한국 정부를 겨냥한 301조 조사를 미국 정부에 청원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조사는 제조업 분야에서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과 관련된 특정 경제권의 정책과 관행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쿠팡 등이 관련한 '디지털서비스세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법률에 따라 교역 파트너들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남겼다.

앞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를 소환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내용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의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의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 차별 대우 조사를 위한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6.02.23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보복관세 형성되면 악화일로…회복한 이용자 다시 '탈팡' 우려

다만 쿠팡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커졌다. 쿠팡을 계기로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관세가 형성되면 비난 여론이 커질 수 있다.

이미 쿠팡Inc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로 추락했고, 연간 매출도 목표했던 50조 원 고지를 넘지 못했다. 이른바 '탈팡' 효과로 쿠팡과 물류·배송 자회사 고용 인력이 3개월 연속 감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연간 활성자 이용자 수가 회복했지만, 여론이 다시 한번 돌아서면 이용자 수 감소 역시 다시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 복심 포터 CGAO "한미 관계 가교 역할 기대"

쿠팡도 이를 의식한 듯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 중이다. 지난달 로저스 대표의 미 의회 출석 자리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성토를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쿠팡은 민간외교 첨병 역할을 자임했다.

로버트 포터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책임자(CGAO)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대한민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를 통해 양국 경제 관계 개선, 안보 동맹 강화, 무역·투자 증진으로 양국 이익에 동시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비서관을 지낸 포터 CGAO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시도를 막아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포터 CGAO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풀어낼 공식 채널을 자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빠른 조사로 마무리됐다면…"해결사로 등장할지 지켜봐야"

쿠팡은 최근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11개 기관, 400여 명의 조사관을 투입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받아왔다. 유출 규모와 관련해 쿠팡과 정부는 평행선을 달렸으나, 쿠팡 침해사고 민관합동 조사단 조사 결과 "2차 피해는 없었다"는 입장은 같았다.

쿠팡 측은 빠른 조사와 결과 발표를 희망했지만, 아직 경찰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결과가 남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빠르게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조속히 사태를 마무리했다면 쿠팡 미국 투자사들의 청원 등도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미국 워싱턴의 정관계가 높은 인사를 내세워서 수습 의지를 밝혔던 만큼, 쿠팡이 한미 관계의 해결사로 등장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