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그룹 향한 공정위 칼날…패션업계 2세 승계 지연되나

82개 계열사 누락 혐의로 檢고발…영원무역 "실무진 착오"
고의성 여부 쟁점…업계 전반으로 확대 우려

음잔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영원'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2.23 ⓒ 뉴스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지정 의무를 회피했다는 이유로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고발하면서 후계자인 성래은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물론 2세 승계를 준비하는 패션업계 전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그룹은 2023~2024년 2년 동안 다소 부진했던 실적을 털어내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지만 최근 공정위 고발로 비롯된 사법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원무역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 8948억 원, 영업이익 73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 13.7%, 42.2% 성장했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영원무역의 OEM 사업 수주가 증가했고 자전거 사업부 스캇의 손실 폭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양호한 실적에도 영원무역그룹은 웃을 수 없는 형편이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본인 및 친족 소유 회사, 임원 회사 등 총 82개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성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누락된 회사의 자산 합계액은 3조 2400억 원이다.

영원무역그룹은 실무진의 착오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영원무역그룹은 지난달 23일 "고의적 은폐나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과오를 인지하고 바로 자진신고 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공시 의무 위반 적발…편법일까, 실수일까

일각에서는 영원무역그룹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대기업집단 공시를 미루는 '편법'을 썼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24년 이전에 와이엠에스에이(YMSA) 지분 50% 이상이 성 회장에서 성 부회장에게 증여됐지만 이 사실은 공시되지 않았다. YMSA는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분을 29.39% 보유한 비상장사로,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

영원무역 사옥 전경(영원무역 제공)

성 부회장은 850억 원가량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YMSA로부터 거액을 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YMSA는 성 회장과 성 부회장 2인 주주로 이뤄진 가족회사인 데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 이전에도 매년 공정위에 자료가 제출됐던 5개 계열사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공시 의무 회피로 인한 실익이 물음표로 남는다.

성 부회장은 2016년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된 후 10년간 안정된 경영 성과로 능력을 입증해 왔다. 1947년생인 고령의 성 회장이 경영권을 성 부회장에게 승계하는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압박…2세 승계 작업 올스톱되나

창업주의 고령화로 2세에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는 곳은 영원무역그룹만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한세실업과 형지그룹, LF, F&F, 세정그룹 등 다수 패션 기업들이 '2세 승계'를 추진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최근 미스토홀딩스는 윤윤수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아들인 윤근창 대표 중심으로 리더십 체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윤 명예회장은 여전히 미스토홀딩스의 최대 주주 피에몬테의 지분 75%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윤 대표에 지분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영원무역그룹 사례로 공정위 서슬이 자칫 업계 전반으로 향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오너들을 향한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압박이 커지면서 승계 작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영원무역그룹 사례가 다른 기업에 꼭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오너 2세들이) 경영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데 (영원무역그룹 사건으로) 업계가 위축되거나 사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