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적에 밀가루값 내렸지만…라면·빵값 '요지부동'
CJ제일제당·대한제분·사조동아원 등 주요 밀가루사 5% 안팎 인하
업계 "일부 원재료값 하락 반영 어려워"…정부 추가 압박 '촉각'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검찰 수사에 따른 이재명 대통령의 물가 상승 지적에 주요 제분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밀가루가 주재료인 식품 가격에는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을 전망이다.
밀가루를 포함한 원재료 가격 외에도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이 지속 상승한 만큼 비용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연일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가 특정 제품군을 거론하며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서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밀가루 시장 '빅3' 업체가 줄줄이 가격을 인하했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평균 5.5% 내렸고, 대한제분(평균 4.6%)과 사조동아원(5.9%), 삼양사(평균 4~6%)도 동참했다.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 업체들은 국제 원맥 가격 하락에 더해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국제 밀(소맥) 선물가격은 톤당 191.19달러로 전년 대비 4.52달러(2.31%) 하락했다. 밀 가격은 2022년 이후 줄곧 하락 추세다.
이 대통령도 전날 공개회의에서 검찰의 밀가루 담합 수사 결과를 언급하며 "국제 밀값이 몇십 퍼센트 폭락을 해도 오히려 국내 밀가루값은 올랐다는 자료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재료 중 밀가루 비중이 큰 라면·빵 등 식품 가격에 밀가루 가격 인하분이 당장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라면 원재료에는 밀가루 비중이 높지만 기름과 수프 재료도 들어간다. 제품 포장과 물류비, 운반비, 인건비뿐 아니라 마케팅과 유통 비용도 반영된다. 식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도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제조업 특성상 원재료 외에도 가격에 반영되는 요소가 많다 보니 밀가루 가격 인하가 제품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최근 고환율도 비용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5% 정도 밀가루 가격이 하락했다면 라면 가격 인상은 막을 수 있겠지만 인하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며 "식품회사가 사용하는 밀가루는 사전에 제분회사와 가격을 정해 구입하는 만큼 소매가에 즉각 반영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 식품 업체들은 정부가 밀가루를 언급한 데 이어 특정 제품군의 가격 하락을 직접적으로 요구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농심(004370)을 비롯한 삼양식품(003230)·오뚜기(007310) 등은 2023년 6월 라면 가격을 13년 만에 인하했는데, 앞서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가 라면을 콕 집어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 기조를 내세우고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특정 식품이 언급되지 않을까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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