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대신 주얼리 산다"… 금값 랠리에 '보석 테크'도 양극화

백화점 VIP '희소성' 가치, 가방에서 금·원석 수요로 이동
금값 부담에 파인·커스텀 주얼리 인기…실버 제품도 강세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금, 은 등 귀금속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주얼리업계 소비 양극화 패턴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럭셔리 주얼리(하이엔드)에서는 '보석 테크'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는 가성비의 라이트골드(함량 조정)와 실버 주얼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국제 금 현물 가격은 23일(현지시간) 기준 트로이온스(31.1g)당 4979.7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27일 2738.40달러 대비 1년 만에 81.84% 올랐다.

은 가격도 랠리다. 같은 날 기준 101.33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한 가운데 지난해 최저(29.23달러, 4월 4일) 수준과 비교해 9개월 만에 246.66%나 뛰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1돈(3.75g) 가격은 지난 21일 100만 3000원으로 사상 처음 100만 원대를 돌파했다. 은 역시 1돈에 2만 3780원(24일 기준)으로, 지난해 9월 29일(1만 60원) 1만 원대 돌파 후 4개월도 안 돼 2배 이상 뛰었다.

금과 은은 안전자산 상징성으로, 최근 가격 오름세가 가파르면서 액세서리를 넘어 가치소비 측면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가치가 보존되는 '실물 자산 개념'에 따른 가심비 소비다.

특히 프리미엄 수요에선 명품 소비의 입문이자 상징이었던 '명품 가방' 대신 '하이주얼리' 선호 트렌드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3년 사이 명품 가방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엔트리급 하이주얼리와 가격대가 좁혀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명품 가방 대신 희소성과 감가상각이 적은 하이주얼리로 고가 소비에 대한 가심비를 추구하는 것이다. 고순도 금(18K 이상)과 다이아몬드, 희소 원석을 사용한 하이주얼리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구매에 대한 명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A 백화점의 하이주얼리 매출 추이에서 보면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 반클리프 앤 아펠 등 이른바 빅4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달(1일~19일 기준)에만 44,7%의 신장률을 보였다. B 백화점에서도 같은 기간 45% 증가했다. 명품 가방이 10~20%대 신장률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금값 상승으로 명품 소비에도 차별화를 추구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희소성이 하락하는 명품 가방 대신 희소성에 경제력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하이주얼리 선호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VIP 고객들의 수요가 가방에서 주얼리와 워치로 완전히 옮겨 갔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한 금은방에서 직원이 실버바를 정리하고 있다. 2026.1.21/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금·원석 대체 주얼리도 인기…은값 상승세에 수요 증가

패션주얼리업계에선 금 액세서리를 주로 취급하는 '파인 주얼리'나 은 중심의 '커스텀 주얼리' 브랜드들은 금과 은의 중량을 조정하거나 구성과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가격 부담을 완화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의 검색량 및 거래액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금값 상승폭이 확대된 지난해 4분기 기준 '금색 귀걸이' 검색량은 전년 대비 51%, '금색 팔찌'는 40% 증가했다. '금색 목걸이'와 '금색 반지' 검색량도 각각 약 20% 늘며 대체 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은값 상승세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에이블리의 이달 1~18일 기준 '실버 팔찌' 거래액은 115% 급증했으며 '실버 목걸이' 역시 55% 증가했다. 무신사 검색량 증가율 분석에서도 최근 한 달(12월 20~1월 19일 기준) 실버 반지(+108%), 팔찌(+67%), 골드링(27%) 등 순위를 나타났다.

금 관련 검색 대비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실버 제품군으로 소비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순금이나 원석 대비 가성비 주얼리 선호도 두드러진다. LF의 이에르로르코리아가 전개하는 주얼리 브랜드 이에르로르의 경우 합리적인 가격의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 도입으로 공식몰 재구매율은 35%를 넘어섰다. 92.5% 스털링 실버를 중심으로 선보이는 바이이에르 역시 인기다. W컨셉에서 판매 중인 14K 골드 제품 역시 32%나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은 가격 상승 여파로 고가 주얼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비슷한 분위기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연출할 수 있는 액세서리로 소비가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중적인 패션주얼리 영역에서는 가성비를 중시한 대체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lil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