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터닝 포인트] 'K-브랜드' 황금기…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K-브랜드'
케이팝 데몬 헌터스·오징어게임에 전 세계가 열광하다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전 세계에서 'K' 브랜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던 한류가 푸드·뷰티·패션 등 일상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한국 브랜드는 더 이상 한류 콘텐츠의 연장선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산업 주체로 부상했다.
한때 새롭고 이색적인 것으로 소비되던 한국 제품은 이제 기능성과 감각 및 문화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브랜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소비를 넘어 한국식 정서와 미학이 담긴 경험을 즐기는 단계로 진화한 것이다.
변화의 핵심에는 품질에 대한 신뢰와 합리적인 가격 등 다양한 요인들의 조화가 있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K-브랜드를 통해 세련되고 실용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자신만의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K-콘텐츠 타고 K-푸드 세계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인기가 식품으로 번지며 K-푸드가 새로운 한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매운맛'이라는 자극으로만 주목받던 K-라면이 이제는 K-팝과 드라마·영화 등 한류 콘텐츠와 맞물려 전 세계 소비자에게 한국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다.
K-푸드 열풍 속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주인공은 단연 라면이다. 주목할 점은 단순 아시아 지역이 아닌 최대 식품 시장인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영향력을 뻗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스파이시 챌린지'로 불리는 한국식 매운맛의 인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 중심에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불닭 열풍은 K-푸드 열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주가는 한때 160만 원까지 치솟았다.
농심 역시 K-콘텐츠와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손잡고 신라면 한정판을 선보였다. 극 중 인물들이 한국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등장해 전 세계 시청자 눈길을 끌었다.
이런 트렌드 덕분에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K-라면의 존재감은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 미국 온·오프라인 소매판매액 시장 규모 기준 실제 톱 5위 브랜드 순위를 보면 한국 라면이 상위권이 포진돼 있다. 농심은 2017년 3위에서 2위로 올라선 이후 계속해서 판매액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삼양식품은 4위에 올라섰다.
K-라면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은 수출 실적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누적 라면 수출액은 11억3000만 달러(약 1조 51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5% 늘었다. 이 추세라면 작년 라면 수출은 무난히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K-콘텐츠 바람은 K-푸드를 넘어 한국 주류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주류는 소주다. K-드라마나 K-영화 속 식사 장면에서 등장하는 술이 대부분 소주인 만큼 가장 한국적인 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비인기 제품이지만 해외에서는 과일소주를 활용한 칵테일 레시피가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퍼지며 해외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몽·복숭아·청포도 등 달콤한 과일소주가 더운 기후와 가벼운 음주문화를 즐기는 현지인 취향에 적합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소주 판매가 가장 도드라지는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소주 시장 규모는 각각 연평균 25%, 22%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규모도 지난 5년 사이 2배 이상 커졌다. 국내 식음료 업계는 올해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미 K-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한국 문화에 친숙도가 높아진 만큼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화된 생산·유통 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K-푸드 식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농심 역시 해외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고 삼양식품과 오뚜기는 각각 중국·북미 시장에 현지 생산시설 설립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오비맥주·롯데칠성음료 등 주류 기업들도 소주를 앞세워 동남아·미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MZ가 열광하는 K-스타일
K-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산업이 바로 K-뷰티다. K-드라마와 K-팝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 소비자에게 스며든 K-뷰티는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품질로 신뢰를 얻으며 전 세계 MZ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글로벌 뷰티 트렌드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동안 아시아권에 머물던 K-뷰티의 인기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K-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 소비자에게 스며들며 글로벌 MZ세대가 열광하는 뷰티 트렌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CJ올리브영은 K-뷰티의 세계적 인지도 확산을 위해 국내 브랜드와 해외 소비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동시에 신생 브랜드가 시장 반응을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기능하며 K-뷰티 생태계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꼽을 만큼 K-뷰티를 직접 체험하는 대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온라인 웹사이트에도 K-뷰티의 인기가 뜨겁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상위권에 코스알엑스·라네즈·조선미녀·아누아·메디큐브·티르티르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다수 포진하며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온라인 뷰티&퍼스널 케어 시장에서 상위 10개 K-뷰티 브랜드 성장률은 2023년 86%, 2024년 56%를 기록했다.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화장품 수출 실적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5% 증가한 85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수출 물량이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며 시장 지형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K-패션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K-브랜드 영향력을 확장하는 또 다른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K-콘텐츠 인기를 계기로 형성된 한국 스타일에 대한 호감이 확산되며, 한국 시장은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시아 패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도 K-뷰티와 K-패션 모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특히 CJ 올리브영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첫 오프라인 매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K-뷰티의 글로벌 확산세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력 패션 브랜드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K-패션 인기를 주도할 전망이다.
K-브랜드 업고 유통 채널도 해외로
백화점 업계도 K-뷰티와 K-패션을 앞세워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류 열기가 뜨거운 일본과 태국 등에서는 한국 감성과 트렌드를 직접 전달하는 'K-플랫폼' 전략을 통해 현지 소비자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백화점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것은 롯데다. 롯데는 국내 백화점 업계 중 유일하게 해외에 직영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베트남 세 곳과 인도네시아 한 곳에서 현지 유통 사업을 전개 중이다. 이 가운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장 2년 만에 누적 매출 5700억 원을 돌파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K-패션 진출 지원 플랫폼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도쿄 시부야109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시부야 패션위크에 참가해 주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해 현지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도쿄 파르코 시부야 점에서 선보인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열고 한 달간 약 1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올해 상반기에는 오모테산도에 대형 매장을 열고 향후 5년간 오사카·나고야 등 일본 주요 도시로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내수 소비 둔화로 백화점 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업계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실제 팝업스토어 운영·현지 유통사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K-뷰티·K-패션 중심의 글로벌 유통 허브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해외 시장 확장 전략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 총괄은 "이제 국가 브랜드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심층적인 시장 통찰력 및 뛰어난 공급망을 갖춰야만 경쟁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브랜드 역시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공을 들임과 동시에 일본·중국·홍콩·동남아 브랜드 등과 경쟁해야 하는 구도에서 K-브랜드만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 위 내용은 뉴욕타임스(NYT)가 발간하는 새해 전망서 '터닝 포인트 어젠다 2026(이하 '터닝 포인트')'에 수록된 '(기사 제목)'의 기사다. 다채로운 콘텐츠로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을 제공하는 '터닝 포인트'는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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