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압박에 美 불만…'한미 통상마찰' 쿠팡 사태 변수되나

쿠팡 세무조사 '국제거래조사국' 투입…美 본사 정조준
美, 자국 기업 제재 민감…쿠팡 '가벼운 처벌 유도' 해석도

'쿠팡 퇴직금 미지급 무혐의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관봉권·쿠팡 상설 특검팀이 23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가운데 취재진이 현장에 대기하고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국세청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나섰다. 사실상 미국 본사인 쿠팡 Inc를 정조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사례가 많았던 미국 정부가 반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본사에 조사관 150여 명을 투입해 회계 자료 등을 확보하는 등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탈세 혐의가 뚜렷할 때 비정기적으로 움직여 국세청의 '중앙수사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투입됐고, 해외 거래를 담당하는 국제거래조사국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조직이 동시에 투입된 건 이례적으로, 그만큼 국세청이 이번 사안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소득을 해외로 빼돌리는 '역외 탈세' 전담 조직인 국제거래조사국을 통해 CFS와 쿠팡 Inc. 간 탈세 의혹을 집중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쿠팡 Inc.가 한국 법인 ㈜쿠팡을 100% 지배하고 ㈜쿠팡은 CFS를 100% 지배하는 구조로, CFS의 이익이 쿠팡 Inc.로 공유되는 '이익 분여'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제거래조사국 투입은 국세청이 미국 본사인 쿠팡 Inc.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미국 본사로 넘기는 과정을 정밀하게 보겠다는 것으로, CFS의 탈세 혐의가 미국 쿠팡 Inc.까지 확산될 수 있다.

사실상 쿠팡의 최정점에 있는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겨냥하는 의도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다만 업계에선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 및 통상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사례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 기업인 쿠팡 Inc에 대한 압박에 미국 측이 반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1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8일 예정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취소했다.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한국의 디지털 규제(온라인 플랫폼법) 입법 움직임을 문제 삼아 회의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특히 쿠팡에 대한 압박도 또 다른 배경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최근 국회가 국정감사 과정에서 쿠팡을 압박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는 미국 상장 기업을 부당대우 및 과잉 규제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는 지난 17일 쿠팡 청문회를 진행했는데, 18일 FTA 회의가 취소되면서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렸다.

지난 8월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규제를 도입한 국가에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시 우리 국회가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법 입법도 중단된 바 있다.

업계에선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상대로 한 해외 국가의 규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만큼, 미국 기업인 쿠팡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등의 제재를 미국 정부가 부당한 대우로 인식해 한미 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마친 후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2.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는 미국이 우려하는 온플법 규제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쿠팡이 미국 정부의 반발에 기대어 가벼운 처벌을 유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쿠팡은 워싱턴 핵심지에 대규모 사무실을 얻어 미국 정부·의회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강제조사권 도입 및 영업정지 등을 검토하는 등 범정부 차원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회도 오는 30~31일 이틀 동안 5개 상임위원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석 청문회를 여는 등 쿠팡을 정조준하고 있다.

쿠팡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에 대해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사 결과 탈세 혐의가 명백할 경우 공정한 기업 경영과 세금 납부를 중요시하는 미국 정부의 성향상 통상 마찰이 오히려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