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통 결산]④ 해외로 진격하는 K-패션·뷰티…옥석 가리기 본격화
패션업계, 내수 대신 해외 공략…아웃도어 업계 호실적
역대 최대 수출 기록한 K-뷰티…기술력으로 경쟁력·위상 제고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K-팝 붐이 글로벌 시장에서 K-컬처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K-패션과 K-뷰티가 한류 문화를 이끄는 중심축이자 수출 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패션업계는 내수 침체 위기 속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빅5' 패션 대기업이 모두 국내 사업에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수익성이 좋은 해외 사업으로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K-뷰티는 수출 효자로 등극했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넘어 유럽과 미주 시장에서도 'K-뷰티 세계화'가 확산되면서 올해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냈다. 기술력을 토대로 성장한 K-뷰티는 틱톡 등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받으며 세계 뷰티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패션업계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속도감 있게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경영 효율화에 나선 기업들만 살아남고 있는 추세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LF, 코오롱FnC 등 패션 대기업 5사는 올해 영업 이익이 43%~70% 급감하거나 적자를 기록했다.
고환율, 미국 상호관세 부담이 더해지면서 원자재 수입 원가가 증가하는 데다 경기 불황 영향으로 내수 소비 직격탄을 맞은 데 따른 것이다. 업계는 해외 사업 확대와 마케팅 강화, 브랜드 리빌딩 등으로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한섬은 파리와 방콕에서 연이어 패션쇼를 개최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팬층을 구축한 LF의 던스트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며 현지 채널을 늘리고 있다.
마라톤·러닝 열풍이 불면서 애슬레저 시장은 호실적을 거뒀다. 기능성 원단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기반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한 안다르와 젝시믹스는 해외 시장에 재투자하며 글로벌 애슬레저 기업으로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등 아웃도어 업계도 관련 제품군을 확장해 왔다.
에프알엘코리아가 전개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 운동' 악몽을 씻어내고 6년 만에 최대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5년 회계연도(2024년 9월 1일~2025년 8월 31일) 기준 매출은 1조 3524억 원으로 2019년 회계연도 매출(1조 3780억 원)에 근접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약진도 눈에 띈다. 올 하반기부터 기업공개(IPO) 절차가 진행 중인 무신사는 2년 연속 연 매출 1조 원을 무사히 넘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데카콘'(기업 가치 10조 원)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자신감을 얻은 무신사는 12월 용산 메가스토어에 이어 상해에 무신사 스탠다드·스토어를 잇따라 오픈하며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섰다.
K-뷰티 수출액은 올해 3분기 누적 8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이어 올해도 연간 1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할 전망이다. 지난해 K-뷰티 수출은 102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K-뷰티 수출이 과거 중국 위주에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 다변화가 이뤄지면서 K-뷰티 자체가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는 평이다. 미국과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는 프랑스를 제치고 수입 1위에 올랐고, 올해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수출 비중이 줄어들면서 뷰티업계 빅3의 희비도 갈렸다. 일찍이 탈중국에 성공한 아모레퍼시픽은 매출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지만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화장품 사업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발목 잡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K-뷰티의 폭발적인 성장 요인으로는 자체 기술력과 생산력을 갖춘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이 꼽힌다. K-뷰티 수출품 중 기초화장품(스킨케어) 비중이 70%가 넘을 정도로 안티에이징(노화방지)·피부재생·미백·모공 축소 등 고기능성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등 주요 뷰티 ODM 업계는 올해 매출 호조를 보이며 순항했다. 국내 인디 브랜드뿐 아니라 해외 화장품 기업 등 신규 고객사가 대폭 늘어나면서 포트폴리오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었다. K-뷰티의 위상도 '가성비 제품'에서 '트렌디·프리미엄'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K-뷰티 성지' CJ올리브영의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 서울 성수동에 개장한 CJ올리브영의 혁신 매장 '올리브영N성수'는 K-뷰티 트렌드 축으로 자리 잡으며 '핫플' 성수동의 인기를 견인했다. 성수동 K-뷰티 팝업 수는 월평균 8건에서 14건으로 증가했고, 외국인 관광객 결제 건수는 79% 늘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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