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통 결산]① 홈플러스 법정관리·1세대 e커머스 몰락…M&A 경고등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 휘청…오프라인 하락 속 투자 위축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파산…중소 플랫폼 유동성 확보 리스크

편집자주 ...올해 유통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K-푸드'와 'K-뷰티'의 글로벌 인기 속에서 세계 시장 확장에 속도를 냈지만, 홈플러스와 1세대 e커머스가 몰락하는 등 업종 간 대비점을 보였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배달앱 역시 수수료를 둘러싼 문제가 1년 내내 계속됐다. 식품업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대내외적 악재에 원가 상승까지 더해져 가격 인상 압박이 심했고, 외식 물가 역시 최고치를 기록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 한 해였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당혹감에서 걱정, 기대, 그리고 좌절. 그렇게 9개월을 보냈다.

홈플러스 사태 293일. 홈플러스 한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장기화에 따른 유동성 압박과 정상화를 향한 악화일로의 과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내수 부진에 따른 유통업계 업황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티몬, 위메프 사태에 이어 올해 홈플러스 법정관리까지, 유통 관련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한파가 이어졌다.

1세대 e커머스인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는 결국 파산 수순을 밟고 있으며 홈플러스 역시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티몬의 영업 재개는 불투명한 가운데 발란 등 법정관리도 진행 중이다. 유통 소비 구조 변화와 경기 둔화에 따른 투자 위축 우려로 M&A 시장은 녹록잖을 것이란 시각이다.

홈플러스 M&A 185일…다섯 차례 회생계획안 연장 불구 정상화 먹구름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 지속을 약속하면서 점포 매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에만 4개 점포가 폐점했고 가양점 등 핵심 점포 5곳이 이달 영업 중단에 나선다.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달으면서 생존 우려가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당초 6월 전 법정관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조사보고서 연장과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 연장 등이 9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유동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소상공인 상거래채권에 대한 상환을 마무리하고 법원의 인가전 M&A 신청 허가 결정(6월 20일)으로 새 주인 찾기에 속도가 예상됐지만 10월 공개입찰 전환 후 지난달 본입찰까지 불발됐다.

홈플러스 인수 부담은 여전하다. 2조 원이 넘는 회생채권 상환도 중지된 데다 추가 인수 자금도 부담이다. 법원이 고용 보장과 협력업체 영업 보호 등을 골자로 허가한 만큼 10만 명에 달하는 승계도 관건이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부담이다. 유동성 압박과 기업가치 하락으로 파산 가능성도 있다. 현재 영업 현금으로 납품대금과 입점업체(테넌트) 정산, 급여, 세금 등을 부담하고 있지만 한계치에 달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900억 원이 넘는 각종 세금은 체납 상태로, 대금 지연 반복과 이번 달 급여까지 분할지급에 나서면서 악화일로다. '급여'가 최후 보루로 꼽히는 만큼 버티기도 싸움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e커머스 1세대 '파산'…경기 둔화·경쟁 심화로 유통 투자 빨간불

앞서 지난해 7월 법정관리에 나선 티메프 업체들 역시 인수전에 난항을 겪으면서 위메프(9월)와 인터파크커머스(12월)는 결국 파산했다.

법원이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에 대한 회생폐지 결정을 내린 배경은 청산가치가 존속가치가 높다는 점에서다.

유통 업황이 지속하고 있는 점도 투자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태별 현황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경우 2015년 매출 비중이 26.3%에 달했지만 10년 만에 10.3%까지 하락했다. 올해(1~10월 기준)만 봐도 2월(-18.8%), 8월(-15.6%), 9월(-11.7%) 등 매출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 e커머스뿐만 아니라 중소형 플랫폼의 대금정산 등 유동성 리스크는 여전하다. 발란·브랜디(뉴넥스) 등 법정관리에 나선 업체들이 인수전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명품플랫폼 젠테도 '제2 발란' 우려가 나온다.

공적 개입 역시 의제다. 홈플러스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MBK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는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연합자산관리회사(유암코)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구조조정 전문기관의 역할 지원을 통한 인수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형평성 우려가 제기된다. 큐텐그룹의 미정산 사태(티메프)나 MBK의 무리한 자산 매각(홈플러스) 등 경영 부실이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기업 책임에 대한 정부 개입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티몬에 부과하기로 했던 과태료 5억 7000만 원을, 위메프에 대해선 9000만 원을 면제하기로 했다. 경영 정상화 지원을 위한 차원이었지만 티몬은 여전히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으며 위메프는 파산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힘들수록 미래 지향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경영에 실패한 업체를 M&A만으로 성공시키기엔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오프라인-오프라인, 온라인-온라인 등 비슷한 업태의 경쟁자가 인수하면 좋지만 독과점 이슈도 있다. 매수자가 나타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개입 역시 공정성을 두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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