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만은 사장님 몫"…'컵 따로 계산제' 우려하는 카페 업계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최근 정부가 카페에서 음료를 포장 구매(테이크아웃)할 때 컵 비용을 추가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를 들고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영세업자들이 불편함을 다 끌어안아야 하고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카페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안한 탈(脫)플라스틱 대책에 대해 "영세 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안은 매장 안에서는 다회용 컵을 쓰고, 매장 밖으로 가져갈 때 일회용 컵을 선택하면 컵값을 음료 가격과 분리해 받는 방식이다. 일회용 컵을 쓸지 말지는 소비자가 선택하고, 컵 가격은 점주나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컵 가격을 100~20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기후부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종이컵·플라스틱 컵 원가는 50~100원, 가맹본사가 점주에게 공급하는 가격은 100~200원이다. 또한 빨대 역시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매장에서 요청하는 경우에만 제공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가격을 컵과 음료로 분리해 받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 부담이 크고, 실제 현장에서는 가격 설명과 소비자 불만 대응을 모두 개별 사장님들의 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커피값 100원, 200원 올리는 것도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다가오는데, 소비도 위축되지 않을까 싶다"며 "다회용기(텀블러)를 가져오면 씻어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들도 많은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서 이런 것도 영세업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 않아서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기후부는 컵 따로 계산제 도입을 2027년 전후로 전망하고 있다. 현행법을 개정해야 하고, 업계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평가에서다. 기후부는 시행 시기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기후부는 이를 포함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내년 초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은 없더라"며 "보증금제도 그렇고, 종이 빨대 도입도 그렇고 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