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뢰 회복이 최우선"…쿠팡의 골든타임
초유 사태로 전방위 압박 속 청문회 일주일 앞두고 '수장교체'
363자 사과문에 민심 분노…책임 통감과 진심 담긴 사과 해야
- 김명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다.
모래성 같은 '쿠팡 왕국'이 위태로워 보인다. 초유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로 수사기관의 압박과 성난 민심은 국내외 집단소송, 탈(脫)쿠팡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악화일로에서 쿠팡이 놓친 것이 있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무단 노출' 공지 이후 꼬박 하루가 지난달 30일 363자 사과문을 낸 것이 전부다.
쿠팡 사태 핵심은 내부 보안 관리 부실로 인한 국민의 피해다. 정부의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실효성이나 피의자의 죗값은 쿠팡이 할 수 있는 범주도 아니고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중국 e커머스의 보안 취약점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쿠팡 스스로가 지켜야 할 고객정보 유출을 '방치'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은 쿠팡의 태도다. 탈퇴 제한이나 이용약관 면책 조항 비판은 개선 여부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의혹도 진실규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는 다른 영역이다. 쿠팡은 모회사 쿠팡 Inc가 투자한 기업이지만 한국 시장에서 성장했다. 15년 만에 유통공룡이 된 배경에는 한국 소비자가 있다. 민심이 분노하는 이유도 '괘씸죄'다. 쿠팡 피해 채팅방은 연일 불안과 성토장이다.
JP모건의 예상대로 일상플랫폼이 된 쿠팡의 잠재적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상거래는 신뢰가 기반이다. 반성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오만해선 안 된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2012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신뢰가 기업의 핵심가치"라고 했다. 13년 흐른 시점에서 묻고 싶다. 한국 고객과 신뢰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의장으로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청문회가 5일 남았다. 실질적 경영자답게 '검은 머리 외국인'을 벗고 '책임 있는 리더'를 보여줄 때다. 자신의 '오른팔'을 새 대표로 앞세워 임시방편 할 때가 아니다. 꼼수라는 질타와 불신만 키울 뿐이다. 국내 기업 총수들이 조기에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것은 한국식도 미국식도 아니다. 신뢰 회복의 '골든타임'이다.
쿠팡은 뼈아픈 책임 통감(痛感)이 우선돼야 한다. 김범석 의장과 쿠팡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3370만여 명의 신뢰는 모래가 아니다. 그 성이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 탈(脫)쿠팡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반(反)쿠팡이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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