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럼 시장 판도 바꾼 K-뷰티…혁신 성분·가성비 통했다

올해 상반기 대미 기초화장품 수출액 전년比 16.4% 증가
아마존 세럼 20위권 내 코스알엑스∙아누아∙이퀄베리 포진

아마존 BSR 세럼 카테고리 순위.(아마존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미국 최대 e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이 K-뷰티 브랜드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른 가운데 대기업부터 인디 브랜드까지 한국 화장품이 순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통하면 전 세계에서 통한다'는 성공 방정식을 토대로 K-뷰티 브랜드는 아마존에서 잇따라 최상위권에 진입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중 세안'(더블 클렌징), '10단계 스킨케어', '뷰티 류틴' 등 한국 스킨케어가 미국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대표 제품군인 '세럼' 부문의 성과가 괄목할 만하다.

1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등 보건산업 수출 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초화장용 제품류' 미국 수출액은 7억 4000만 달러(한화 약 1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

K-스킨케어의 위상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미국 시장의 확실한 주류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이는 핵심 격전지인 아마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일 아마존 최고 판매자 랭킹(BSR, Best Sellers Rank) 세럼(Facial Serums) 카테고리에서는 K-뷰티 제품 8개가 상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순위의 약 절반을 한국 브랜드가 휩쓴 셈이다.

메디큐브·아누아·이퀄베리 등 탄탄한 제품력을 앞세운 인디 브랜드가 각각 2개의 제품을 순위권에 올리며 세럼 카테고리를 주도한 점이 눈에 띈다.

에이피알(278470)의 메디큐브(3·14위)는 K-뷰티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순위인 3위에 이름을 올려 브랜드 파워를 과시했다. 아누아(7·8위) 또한 10위권 내 2개의 제품을 안착시키며 저력을 입증했다.

K-뷰티 신흥 강자로 떠오른 부스터스의 이퀄베리(6·19위)도 상위권에서 대형 인디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국 스킨케어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퀄베리는 10월 27일에도 대표 제품 '비타민 일루미네이팅 세럼'이 아마존 BSR과 Most Wished For 세럼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른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인수한 코스알엑스의 '스네일 뮤신 리페어링 세럼'(어드벤스드 스네일 96 뮤신 파워 에센스) 역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세럼은 가볍지만 강력한 흡수력으로 틱톡부터 아마존까지 글로벌을 사로잡은 아이템이다.

특히 코스알엑스 스네일 뮤신 라인은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말 기준 6000만여 개에 달하며 스네일 에센스 단일 누적 판매량은 3300만 개를 넘어섰다.

이 같은 성과의 원동력으로 '합리적 가격대'와 '성분 중심의 트렌디한 기획력'이 꼽힌다.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성분과 효능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하는 가운데 K-뷰티 브랜드는 고기능 성분을 자극없이 담아낸 제품력을 앞세워 빠르게 신뢰를 구축해 왔다.

아누아와 메디큐브는 PDRN 제품군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으며 자연 유래 원료와 더마 성분의 조화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쳐왔다.

이퀄베리는 레티놀의 대안 성분인 바쿠치올을 미국 소비자에게 알리며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NAD+ 등의 고효능 성분을 함유한 세럼 3종을 출시해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행 단체관광 비자 발급을 공식 재개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가 800만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끌어들일 각종 혜택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화장품 매장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한 영문 판촉문구가 게시돼 있다. 2023.8.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는 K-뷰티 인디 브랜드와 ODM사 간 협력 체계로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시장조사, 제품 테스트, 패키지 디자인 개발, 임상시험, 제조 및 생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생 및 중소 브랜드가 이를 모두 책임지기에는 진입장벽이 높다.

하지만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를 갖춘 ODM사가 제품 생산 일련의 과정을 해줌으로써 브랜드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준다.

ODM 업계는 최근 단순 제조뿐만 아니라 브랜딩, 마케팅까지 포괄하는 OBM, OGM 등의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이퀄베리 관계자는 "정확한 타깃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마케팅 채널 전략을 펼치는 인디 브랜드가 K-뷰티의 글로벌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며 "아마존과 같은 오픈 마켓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성분과 효능, 소비자 리뷰가 구매를 결정짓기 때문에 제품력에 집중한 국내 인디 브랜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