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현대판 보릿고개와 밥상 위기
내수 직격탄에 5고(高) 파고…유통업체 '첩첩산중'
쌀부터 먹거리 가격 널뛰기…청년·학생 한끼 부담
- 김명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대표작 '목민심서'에서 지배계층을 향해 "보리의 환곡은 마땅히 늦가을에 나눠줘 종자로 쓰게 하고, 또 마땅히 이른봄에 나눠줘 궁핍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 년 내내 보릿고개(麥嶺)였다.
비상계엄 한파로 시작된 2025년은 유독 추웠고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고 또 넘었다. 정치 리스크(6월 대선까지)로 사실상 반년 가까이 내수는 얼어붙었다.
게다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를 넘어 고관세와 고온(이상기온)까지 5고(高)가 밀려왔다.
K-푸드와 K-뷰티가 역대 최대 수출이라는 승전보에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은 1년 내내 이어졌다. 환율은 여전히 넘어야 할 고개다.
무엇보다 내수 한파는 매서웠다. 유통업계 곳곳에서 '곡소리'를 냈다. 업계에선 올해의 사자성어로 '첩첩산중'(疊疊山中), '사면초가'(四面楚歌), '새옹지마'(塞翁之馬)를 가장 많이 꼽았다.
관세에 원가부담까지 첩첩산중이지만 가격 인상은 쉽지 않다. 소비가 살아나야 그나마 공장이 돌아가지만 내수 터널은 아직이다. 사면초가다. 무엇보다 더 힘든 이유는 불확실성(새옹지마)이다. 내년은 더 힘든 보릿고개가 올 거라고 입을 모은다.
서민 밥상은 더욱 심각하다. 10년 만에 쌀 가격이 57%나 올랐다. 농수산물 가격도 널 뛰면서 밥상은 날로 가벼워진다. 이상기후 탓만도 아니다.
1만 원 한 장으로 점심 한 끼 때우는 것도 힘든 시대가 초래됐다.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직장인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올해 편의점 삼각김밥을 포함한 1000~3000원대 도시락 판매에서 1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65.5%다. 서울의 한 대학교 점포에선 월평균 6000개, 하루 200개 도시락이 판매된다. 이마저도 1000원대 삼각김밥, 주먹밥이 대부분이다.
올해 대학가 인근 대형마트 점포들에서도 '간편식사', '반찬'이 전국 점포 대비 두 배(+107.6%) 이상 팔렸다. 30대 이하(+48.3%) 증가율이 높았다. 청년과 학생들이 힘겨운 한 끼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초저가 수요 쏠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뜰 소비와 선택지 없는 소비는 간극이 있다. 소비 가격 심리적 마지노선이 '5000원'인 점은 장바구니 현실을 반영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풀렸지만 소상공인(-4.63%)도 유통업체도 웃지 못했고 '민생회복 실패'라는 회초리는 향후 경기 활성화 대책에서 짚어볼 대목이다.
새해에는 기업에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길 바란다. 정약용은 "환난(患難)을 예방하는 것이 재앙을 당한 후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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