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술'을 만드는 공간…'K-증류주' 화요 공장 가보니[르포]

4개월 동안 정성으로 빚어낸 프리미엄 증류주…화요 여주 2공장 가보니
"내년 1000억 매출 달성 목표"…화요 하이볼 신제품·美 시장 집중 목표

경기도 여주시 화요 2공장의 숙성 공정.(화요 제공)

(여주=뉴스1) 배지윤 기자 = 경기도 여주시 외곽의 초겨울 풍경을 지나 공장에 들어서자 따끈한 고두밥 냄새가 은은히 퍼졌다. 여러 번 씻어 쪄낸 쌀에서 올라온 구수한 향이 공간을 가득 메우며, 이곳의 술이 정성과 긴 시간을 품은 과정 속에서 빚어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느끼게 했다.

1일 찾은 화요 여주 2공장에서는 예상보다 정교하게 구축된 설비와 운영 체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날 공장에서는 양조팀장의 안내를 따라가며 국내산 쌀을 여러 차례 씻고 찐 뒤 순수 배양 미생물을 더해 발효를 진행하는 증류식 소주 제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단계별로 들을 수 있었다.

화요의 생산 공정은 쌀을 쪄 만든 고두밥에 순수 배양 미생물을 더해 쌀누룩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1차 발효는 막걸리 같은 상태에서 시작해 점차 약주 색으로 변하고 여기에 고두밥을 한 번 더 넣어 2차 발효로 이어진다. 약 2주가 지나면 알코올 도수가 40도 안팎까지 올라 증류가 가능한 단계에 도달한다.

경기도 여주시 화요 2공장의 제품 병입 공정.(화요 제공)

화요 원액을 얻는 과정은 '감압증류'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부 공기를 빼 끓는점을 낮춘 뒤 약 40도에서 부드럽게 증류하기 때문에 잡미가 적고 향이 깔끔하게 살아난다. 이 과정으로 얻은 원액은 도수 48~49도 수준이며 여기에 물을 더해 저장조로 옮기면 화요의 핵심인 기본 원액이 완성된다.

발효만 약 3개월, 이후 숙성과 포장을 모두 거쳐 한 병의 화요가 출고되기까지는 총 4개월이 소요된다. 이러한 긴 시간의 공정 가운데서도 여주공장의 핵심은 단연 옹기 숙성고다. 서양의 오크통이 와인을 완성한다면, 화요는 기공이 살아 있는 옹기를 선택했다. 옹기는 자연스럽게 미세한 여과를 일으켜 술 맛을 부드럽게 만든다.

이때 사용하는 원재료는 모두 국내산 쌀이다. 이 중 일부는 여주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해 원료 수급의 신뢰성과 지역 상생 기반을 동시에 마련했다.

또 여주공장은 공정안전관리(PSM) 체계를 적용해 발효 라인부터 증류 공정까지 전 구간을 세밀하게 관리하며 제조 과정의 안전성과 품질 일관성을 강화하고 있다.

조희경 화요 대표가 1일 경기도 여주 화요 2공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화요 대표)

화요는 이 같은 생산 및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년 연매출 1000억 원 재도전에 나선다. 올해 설정한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한 만큼 내년에는 반드시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내부적으로 더 강해진 상황이다.

이날 조희경 화요 대표는 "올해 연매출 1000억 원을 목표했지만 아쉽게 달성하지 못했다"면서도 "2026년에는 1000억 원을 달성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 달성에 미치지 못한 배경으로는 달라진 시장 환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대형마트 매출 비중이 축소된 데다, 화요가 전통주로 분류되지 않아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점 역시 매출 확대에 제약이 됐다.

이 때문에 회사는 신규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새로운 해법으로 삼고 있다. 조 대표는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해 캔 형태의 RTD(즉석음용) 제품인 화요 하이볼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요는 해외 전략도 재정비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글로벌 시장에 더 확실히 알리고 싶다"며 "다만 화요는 28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현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가장 중요한 지역은 미국으로 캘리포니아 인구만 해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이 지역에 역량을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